[세월호 침몰 사건] 결혼 앞둔 연인 승객 구하다가 함께 숨져

입력 2014-04-2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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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탈출하세요. 우린 승객들을 구하러…"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숨진 연인 고 김기웅(28)씨와 정현선(28·여)씨의 고귀한 희생이 뒤늦게 알려져 많은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20일 인천시에 따르면 침몰 여객선에서 구조된 40대 남성은 지난 19일 정씨의 분향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하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남성은 아르바이트생 김씨와 세월호 승무원 정씨가 탈출을 마다하고 승객들을 구하고자 기울어지는 선내에 진입했다가 변을 당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침몰 사고를 먼저 인지한 것은 김씨였다. 김씨는 세월호 3층 로비에서 자고 있던 동료 3명을 깨워 탈출을 시도했다.

여객선을 빠져나오던 중 여자 친구인 정씨를 떠올린 김씨는 동료를 먼저 탈출시키고 선내로 되돌아갔다.

정씨와 승객 1명을 찾아낸 김씨는 함께 탈출을 시도했지만 아직 선내에 있는 승객들을 두고 여객선을 떠날 수 없었다.

김씨와 정씨는 동행한 승객을 먼저 탈출시킨 뒤 기울어지는 선내로 다시 뛰어들어갔다. 김씨와 정씨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인천대 학생이던 김씨는 군대를 제대하고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4년 전부터 선상에서 불꽃놀이 진행 아르바이트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장군'이라고 불릴 정도로 씩씩했던 정씨는 10년 경력의 베테랑 승선원으로 평소 책임감이 강하고 마음이 따뜻한 직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와 정씨는 4년간 교제했으며 올 가을 결혼을 약속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정씨의 언니는 "동생은 배가 집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일을 열심히 하고 사내에서도 따르는 이가 많았다"며 "모든 유품이 물에 잠긴 탓에 동생을 추억할 방법이 없어 너무 슬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앞서 김씨의 시신은 지난 19일 인천 길병원 장례식장에서 영결식을 치른 뒤 부평승화원 내 봉안당에 안치됐다.

정씨의 시신은 이날 오전 6시께 분향소인 인천 인하대병원을 떠나 유족들의 희망에 따라 부평승화원 김씨의 시신 옆에 나란히 안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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