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자녀교육에서 강조되는 게 바로 역할모델(role model)이다. 자신이 꿈꾸는 일을 이루기 위해 먼저 그 분야에서 큰 성취를 이룬 사람을 본보기로 삼아 정진하기 위해 필요한 존재가 바로 역할모델이다. 그래서 부모는 자녀에게 역사상 위대한 인물이나 주변에서 본받을 만한 사람을 역할모델로 정할 것을 강조하곤 한다. 역할모델은 비단 자녀에게만 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부모에게도 필요하다. 부모가 자녀교육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이미 자녀교육에서 나름대로 성취를 이룬 부모를 역할모델로 삼는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잡아 줄 수 있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역할모델을 찾을 때에는 역사적 인물뿐만 아니라 자녀교육에 성공한 주변 어머니들의 사례에서도 찾을 수 있다.
사임당은 4남3녀를 키우면서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녀교육에 성공했고 그 자신도 큰 발자취를 남기며 ‘자아실현형 어머니’의 길을 걸었다. 신사임당의 본명은 신인선으로 사임당은 별호다. 사임당이라는 이름에는 중국 고대 주나라 문왕의 어머니로 뛰어난 부덕을 갖췄다는 ‘태임을 본받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태임은 바로 신사임당의 역할모델이었다. 신인선은 여성차별이 심했던 시절 자아실현을 위해 태임을 역할모델을 정하고 부단히 정진했던 것이다.
요즘 여성들에게 신사임당은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남성들은 툭하면 ‘신사임당’을 비교대상으로 들먹이곤 하기 때문일 게다. 필자 역시 한 번은 아내와 이야기를 하다 “요즘 어머니들도 신사임당처럼 엄마 역할을 하면서 자기계발을 왜 못할까요. 요즘에는 자신의 자기계발은 하지 않은 채 자녀교육에만 매달리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자 아내는 대뜸 “신사임당은 슈퍼우먼이잖아요”라고 했다. 그 말에 난 한 마디를 더 했다.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아요. 남편은 50살이 넘게 과거시험을 준비했지만 끝내 합격하지 못했어요.” 신사임당은 한양과 좀더 가까운 평창군 봉평면 백옥포리에 거처를 정하고 이곳에서 남편의 뒷바라지를 했다. 여기서 율곡을 잉태하고 서른세 살 때 친정에 돌아와 7남매 중 셋째인 율곡 이이를 낳았다. ‘사친(思親)’이라는 시는 그런 친정살이에서 나온 시이기도 하다.
“산 첩첩 내 고향 천리연마는/ 자나 깨나 꿈속에도 돌아가고파/… 언제나 강릉길 다시 밟아가/ 색동옷 입고 앉아 바느질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