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구조조정, 황창규
황창규 KT 회장의 이번 대규모 구조조정은 채산성이 떨어지는 유선전화 부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외면받는 유선전화 부문을 축소하고 대중화된 이동통신 부문으로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KT는 지난해 매출 23조8106억원, 영업이익 8393억원, 당기순손실 603억원을 기록했다. 유무선 통신부문이 부진하며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30.6% 줄고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창사 이래 최초의 영업적자였다.
특히 주력사업인 유선전화 수익은 매년 4000억원씩 감소하고 있다. 유선전화 매출은 2010년 4조3458억원에서 2011년 3조8169억원, 2012년 3조3756억원으로 매년 감소하다 지난해는 2조9794억원으로 3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계열사를 통해 인터넷TV, 렌터카, 카드 등의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으나 통신분야에서의 매출 감소를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이런 가운데 KT의 인건비 구조는 경쟁사의 6배를 웃도는 수준. 수익성의 발목을 잡는 핵심 요소로 지적돼 왔다.
KT는 본사 인력만 3만 20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인력 과부하 상태다. 특히 유선통신 현장 인력이 2만1000명에 달한다. KT는 지난 2003년 이용경 사장 시절 5500명, 2009년 이석채 회장 시절 6000명을 구조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석채 회장 취임 후 구조조정을 단행한 이후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원수는 다시 1000여명 정도 증가했다.
여전히 서비스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17.9%에 이르고 있다. 또한 영업이익 감소와 함께 직원 1인당 영업이익은 1000만원선까지 줄어든 실정이다.
KT의 인건비 구조는 이동통신업계 경쟁사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SK텔레콤의 직원은 4200명, LG유플러스가 6500명인 점을 감안할 때 KT는 방만경영이란 지적을 면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석채 전 회장도 지난해 11월 초 사의를 표명하면서 "매년 경쟁사 대비 1조 5000억 원 이상 더 많이 인건비가 소요되나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인력구조를 가지지 못했다"며 인건비 감축 필요성을 지적했다.
황창규 회장 역시 인건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이번 KT 구조조정이 시사하는 것은 채산성이 떨어지는 유선전화 부문의 정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와이어리스 시대가 대세라는 방증이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가 5500만명을 넘어서면서 유선전화 시장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동일 이동통신사 가입자간 무료통화는 기본이고 무제한 음성통화로 무장한 휴대전화 요금제가 늘면서 유선전화가 외면받고 있다. 여기다 인터넷 전화까지 생기면서 유선전화 부문의 타격은 불가피해지고 있다.
따라서 과거 유선전화에 인터넷 전화 결합 상품을 내놨던 KT 역시 이동통신 부문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KT가 KTF와 합병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다. 무선 사업과의 통합 없이는 매년 급감하는 유선 사업 매출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 KT는 KTF 합병 이후 네트워크, 스텝부서, 영업조직 등 유무선 통합을 추진하면서 경쟁사들처럼 무선 사업 중심의 회사로 변신을 시도해왔다. 이번 KT 구조조정이 이동통신에 올인할 두 번째 도약인 셈이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이번 KT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인건비 절감 효과로 KT의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김미송 현대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KT의 관전포인트는 명예퇴직 규모"라며, 2009년 사례를 근거로 대상자의 25%가 명예퇴직을 신청할 시 연간 약 2760억원의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송재경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상자의 20∼30%가 명예퇴직을 신청한다면 인건비 절감에 따라 시가총액이 약 2조6000억∼4조원 증가할 것"이라며 "인력 구조조정이 원만히 이뤄지면 인건비 절감 효과에 따른 기업가치 제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KT는 업종 내 차선호주지만 의미 있는 인력 구조조정이 완료되면 최선호주로 교체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