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우 광주지법원장 취임 45일 만에 사의...허재호 '황제노역' 판결에 발목
장병우 광주지법원장이 취임 45일만에 사표를 냈다. 평소 '상식에 맞는 판결'을 강조해 왔던 그가 과거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게 '황제노역' 판결을 내린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이번 사표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장 법원장은 29일 "최근 저를 둘러싼 여러 보도와 관련해 한 법원의 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를 표명함과 아울러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히며 사표를 제출했다.
이번 장 법원장의 사의는 취임 45일만에 일어난 것으로, 최근 허 전 회장에 대한 '황제노역' 판결에 발목을 잡힌 것으로 보인다. 장 법원장은 취임 당시부터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결'을 강조해 왔지만 이번 '황제노역' 판결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언행불일치' 논란에 시달리는 등 심적 압박을 받은 것으로 관측된다.
장 법원장은 지난달 13일 취임식에서 "올바르고 공정한, 상식에 맞고 합리적인 재판을 해달라"며 "법원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점차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민들의 상식에 입각한 법감정과 기대치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전남 강진에 유배됐을 때 머물던 집 '사의재(四宜齋)'를 언급하며 법원 구성원들이 △맑은 생각 △단정한 용모 △과묵한 말씨 △중후한 행동 등 4가지 덕목을 갖추고 합리적이며 타당성 있는 재판을 하자고 주문했다.
그러나 장 법원장은 자신이 강조한 법관의 자세와는 다른 과거 판결로 이번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장 법원장은 "한 법원의 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사의를 표명함과 동시에 국민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과거의 확정판결에 대해 당시 양형사유들에 대한 종합적이고 분석적인 접근 없이 한 단면만 부각되고 지역 법조계에 대한 비난으로 확대된 점은 아쉽다"고 해명했다.
한편, 장 법원장은 광주고법 형사 1부장이던 2010년 1월 횡령과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함께 벌금 254억원을 선고했다. 당시 벌금을 내지 않으면 일당 5억원으로 환산해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한 이른바 황제 노역 판결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