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찬의 명문가 자녀교육 따라잡기]아버지에게 쓴 공부편지 '케인스家'②

입력 2014-03-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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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를 만든 또 하나는 아버지에게 쓴 ‘공부 편지’였다. 케인스는 경제학자로는 드물게 유려한 문체로 유명한데, 그 비결은 바로 일곱 살 때부터 아버지에게 쓴 편지에서 시작되었다. ‘사랑하는 아버지에게’로 시작하는 편지쓰기가 그를 문장가로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아들이 이튼에 입학하자마자 “공부가 진행되는 상황을 매주 내게 알려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편지쓰기는 그가 일곱 살 때 시작한 습관이었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공부 방법, 시험 기술, 글쓰기 스타일, 일반적 품행에 관해 끊임없이 지시를 받아야 했다. 편지 덕분에 아버지는 아들이 아들의 학업이나 교우 관계 그리고 시험 성적 같은 것에 대해 아들 못지않게 소상히 파악할 수 있었다. 메이너드는 아버지에게 매주 한 번씩 편지를 썼고 이에 대한 회신을 받으면서 지적으로 성숙할 수 있었다. 한 번은 메이너드가 아버지에게 단문으로 쓰는 자신의 문체에 대해 걱정하는 편지를 보내자 아버지 네빌은 이런 답장을 보내며 격려를 했다. “문장의 흐름이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면 간결체만의 뚜렷한 장점이 분명히 있는 법이란다. 이 점만 유의해 연습하면 아주 훌륭한 영어 문체를 갖게 될 것이다.”(1899년 6월 9일)

아버지는 아들에게 기록과 취미, 습관을 대물림해 주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연극관람, 우표수집과 같은 취미활동을 물려주었다. 또한 기록광이던 아버지 네빌은 유니버시티 칼리지에 다닐 때 매일 공부한 시간을 기록하고 연말이 되면 그 시간을 모두 합산해 따로 표시해 두었다. 메이너드는 아버지의 기록 습관을 그대로 답습했는데, 그의 일기에도 매일 공부한 시간과 1년 동안 읽은 책들, 연극 관람, 연간 재정, 심지어 골프 점수에 이르기까지 상세히 적혀 있다.

메이너드에게는 ‘친구 같은 어머니’가 있었다. 아버지 네빌은 아들 메이너드가 8살 때 “아들은 모든 점에서 그녀를 닮기를 소망한다”고 일기에 적고 있다. 어머니 플로렌스 브라운은 케임브리지 뉴운햄 대학의 1회 졸업생으로 케임브리지 시장을 지냈다. 메이너드는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낼 때면 ‘어머니가 가장 친한 친구’라고 썼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어머니에 의해 선택되고 편애를 받는 아이는 남다른 자신감과 함께 낙관주의자가 되고 훗날 영웅적인 특질을 보이며 성공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어머니와 유착관계를 보이는 아들은 훗날 왜곡된 사랑에 빠지거나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케인스는 이튼시절부터 동성애에 빠졌고 44살 때 러시아 발레리나와 결혼했는데 자녀를 두지 못했다. 여기서 어머니의 자녀 사랑도 과유불급을 경계해야 한다는 교훈을 읽을 수 있다.

케인스는 8살 때 경쟁으로 인한 압박과 스트레스로 말을 더듬기도 했고 25살부터 대머리 증상으로 괴로워하며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케인스는 부모님 덕분에 ‘케인스주의’를 잉태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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