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들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낸 벌금과 소송 합의금 등 미국 내 법률비용이 약 1000억 달러(약 108조원)에 이른다고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특히 이들 법률비용 중 절반 이상이 지난 1년간 지출됐다고 FT는 전했다. 또 이들 법률비용 가운데 약 155억 달러는 외국 은행이 차지했다.
지난해 글로벌 은행들이 치른 법률비용은 520억 달러 이상이었다. 이는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웰스파고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미국 6대 은행이 지난해 거둔 순이익 총 760억 달러의 3분의 2에 이르는 수준이다.
대형은행들은 모기지 상품이나 관련 파생상품 등의 위험성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금융위기를 촉발한 혐의로 소송과 금융당국의 조사에 휘말렸다.
지금까지 천문학적인 비용을 벌금과 합의금 등으로 냈지만 아직 일부 대형은행에 대한 조사가 끝나지 않아 이런 법률비용은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FT는 덧붙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2년 세웠던 은행 조사 특별 태스크포스가 아직도 가동 중이며 정치권의 은행들에 대한 공세도 쉽사리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지난주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조사) 결과 공개 당시 글로벌 대형은행들이 잘못된 영업관행으로 치러야 할 비용이 앞으로도 최대 15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크레디트스위스(CS)는 지난주 미국 연방주택금융청(FHFA)이 제기한 소송 합의를 위해 8억8500만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했다. CS는 금융위기 당시 부실 모기지증권 판매 혐의를 받아왔다.
한편 은행들이 낸 벌금이나 합의금 규모도 다양했다고 FT는 전했다. JP모건이 법무부와 소송 취소를 합의하면서 낸 벌금이 130억 달러로 가장 많았다. 적게는 100만 달러짜리 벌금도 있었다고 FT는 덧붙였다.
은행들이 막대한 벌금을 냈지만 이에 따른 충격은 쉽게 흡수해 실질적으로 처벌 효과가 거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스탠퍼드대의 아낫 애드마티 교수는 “은행들에 벌금은 단지 사업을 하는 비용으로 간주되고 있다”며 “이들은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관행을 개선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은행 내 임직원에 대한 막대한 인센티브가 과거와 같은 관행을 지속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