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푸드트럭 대부 ‘로이 최’와 노량진 ‘컵밥’ -신동민 세종취재본부장

입력 2014-03-2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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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민·관이 참여한 7시간의 생방송 끝장토론을 통해 규제개혁의 의지를 나타냈다. 이날 토론에서 중소기업인과 자영업자를 비롯해 대기업들도 그동안 묵혀왔던 현장의 규제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밝혀 관련 장관들이 진땀을 흘리면서 규제를 풀어주는 장면이 여러번 목격됐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휴대전화 판매원인 폴 포츠가 우승해 세계적 스타가 탄생하듯 이날 토론에서 극적인 모습도 나왔다. 바로 9년간 규제에 묶여 불법으로 제조하던 푸드트럭이 이날 토론에서 단 10분 만에 해결되는 모습에서 국민은 씁쓸해하면서도 환호했다.

이번 푸드트럭 허용으로 제조업체는 당분간 돈방석에 앉게 됐고 청년 창업자에게는 미국 ‘푸드트럭 대부’인 로이 최를 꿈꾸게 했다.

로이 최는 2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왔지만 적응을 못해 청소년 시절 가출과 마약으로 문제아로 전락했다. 이후 대학졸업 후에도 변변한 직업 없이 지내다가 요리를 배우면서 인생이 바뀌게 됐다. 그는 요리학교 수료 후 2001년부터 힐턴호텔 요리사를 하다가 2008년부터 푸드트럭으로 창업을 하게 된다. 그는 로스앤젤레스의 선셋블러바드 일대 나이트클럽 근처에서 밤에 ‘고기 비비큐(kogi BBQ)’ 트럭을 몰고 다니며 이른바 ‘한국식 타코’를 개발해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이후 언론의 집중 조명과 미국 음식전문지인 ‘푸드 앤드 와인’이 선정한 2010년 최고의 새 셰프 10인에 최씨가 포함되면서 일약 인생역전 스타로 발돋움했다.

정부는 이번 푸드트럭 허용으로 로이 최를 꿈꾸는 청년 창업자를 비롯한 6000여개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푸드트럭 허용에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바로 노점상이나 영세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다. 일단 정부는 이들 노점상이나 영세자영업자들의 상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푸드트럭 허용 장소를 테마파크나 동물원 등 유원지에만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트럭을 고쳐 길거리에서 음식을 파는 노점상들은 여전히 불법이어서 자신들도 푸드트럭 합법처럼 규제를 풀어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지난해 초 노량진 컵밥 노점상 강제철거에서 드러났듯 앞으로 푸드트럭에 대한 인근 상가 상인들의 거센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노량진 컵밥 노점상 강제 철거는 당시 사회 문제로까지 불거져 찬반 논란이 거셌다. 경제사정이 어려운 고시생들에게 2000~3000원 정도 가격으로 김치볶음밥, 오무라이스 등 간단한 식사를 컵에 담아 팔아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인근 상가 상인들이 컵밥 때문에 매출이 떨어지자 구청에 민원을 제기해 강제철거 당하는 운명에 직면했다. 결국 사회문제로 비화하면서 노점상이 가격을 올리는 조건으로 지금도 단속공무원들의 눈치를 보며 다시 운영하고 있다.

이번 푸드트럭 허용으로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노량진 컵밥 사태처럼 첨예한 이해에 부딪혀 노점상이나 영세자영업자들의 거센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규제를 풀면 다른 한쪽에서 피해를 보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정부의 솔로몬 지혜가 필요하다. 무조건적인 규제 허용보다 실제 규제의 목적과 그 피해 규모를 파악해 건전한 규제 허용으로 갈 수 있는 대안 정책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청년창업을 일으키는 목적에서만 푸드트럭을 허용할 것이 아니라 청년창업을 잘 이끌어나갈 수 있는 정책 뒷받침이 없으면 결국 푸드트럭 제조사만 배를 불리는 규제허용이 될 수 있다. 이런 대안적 정책 마련이 이뤄지지 않으면 역대 정권이 초기에 강력하게 부르짖었던 규제개혁이 정권 말기에는 공염불로 그치던 일을 반복할 뿐이다.

우리나라와 상황이 다르지만 네덜란드 지방정부의 자율적인 ‘유통업 계획정책(detailhandels beleid)’이 왜 성공하고 있는지도 한번쯤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방정부가 유통업 입지를 세종류로 나눠 입지와 규모를 규제해 대규모 유통업과 중소 유통업의 상생을 이뤄낸 점에서 규제정책 목적을 잘 다룬 사례다. 물론 우리나라는 인구가 많고 땅이 좁아 네덜란드처럼 입지 규제를 통한 상생을 하지 못하지만 규제나 규제 허용 목적이 무엇인지 책상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조율해 장기적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이번 규제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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