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 케이블 TV에서, 유망한 사업이라며 소개하는 아이템들을 20여 가지나 소개했다. 화면을 편집해서 조금씩 보여주는 걸 보니 6개월 정도 방송한 자료화면인 듯 했다. 처음에는 무심코 보아 넘기려던 참이었는데 갈수록 태산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받아 적어 봤다.
‘웰빙아이템’이라고 소개한 사업을 보면 신발탈취자판기 사업, 유산균아이스크림 배달사업, 휴대폰 오존살균 자판기 사업, 자동차 오존 살균기, 황토건축자재 전문점 등이었다. 온갖 것에다 ‘월빙’을 갖다 붙인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과연 이런 사업이 유망한지는 독자 여러분도 금방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초저가 아이템’으로 소개한 사업들을 보자. 셀프 비만관리사업, 저가형 피부관리사업 등이 소개됐다. 이 역시 단지 초저가형이라는 이유만으로 유망하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소비자들은 메스티지(Masstige) 소비를 추구하는데 말이다.
‘아이디어 사업’이라며 대단히 유망하다고 소개한 사업들도 여럿 있다. 총명시트자판기, 쾌변기대리점 사업, 이동형 디지털 사진인화사업, 승마운동기 사업, 스프레이태닝 사업 등이다. 자판기는 커피자판기가 전체 자판기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기타 음료 자판기가 17%를 차지할 뿐 지금까지 수없는 자판기가 나왔지만 결국 실패했다.
디지털사진 인화사업도 아이디어는 좋으나 ‘스타샷’을 비롯한 12개 업체가 손을 댔다가 시작도 못해보고 실패한 아이템이다. 물론 마케팅에 문제가 있었지만 결과만 놓고보면 실패한 아이템에 분명하다. 승마운동기 사업은 8년전 신촌에 처음 생겼으나 첫점포에서조차 실패한 사업이다.
그 외에도 자동차외형복원 사업, 자동차 스팀세차, 홈케어서비스업, 주산식 암산교육사업 등이 소개됐다. 자동차 외형복원사업은 이미 수년동안 해 오고 있지만 성공사례를 찾기 힘들고, 스팀세차는 호주와는 달리 우리나라처럼 물이 흔한 나라에서는 돈버는 사업으로 하기에는 무리가 많다. 주산식 암산교육사업 역시 한두군데 희소성의 가치로 평가한다면 모를까 여러사람들이 덤빌 아이템은 결코 아니다.
비록 케이블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러한 무작위식 창업아이템 소개는 근절되어야 마땅하다. 케이블은 제작과정에 비리가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편당 수백만원의 제작비를 후원받기 때문에 유망여부보다 후원금 여부로 방송 아이템이 결정된다면 결국 그 몫은 창업자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방송의 신뢰를 떨어뜨려 기피현상을 불러올 수도 있다.
창업자들이 주의할 점은 바로 이런 검증없는 방송과 매체의 보도를 스스로 걸러내야 한다는 점이다. 주요 일간지 역시 직접적인 제작비를 요구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외는 아니므로 그 어느 때보다 창업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