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포커스] 대기업이 연초부터 좀비 계열사 정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계속되자 실적이 부진한 사업체를 스스로 접고 있는 것이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2월 대기업집단이 청산한 계열사는 GLS서비스, 부현개발, 아시아LNG허브, 에이지웍스, 월드사이버게임즈, 제이씨알 등 총 6곳이었다. 그룹별로 GS그룹(GLS서비스), 현대백화점(부현개발), 효성그룹(아시아LNG허브), CJ그룹(에이지웍스), 삼성그룹(월드사이버게임즈), 대성홀딩스(제이씨알) 등이 계열사를 정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계열사를 청산한 대기업은 LG, KT, GS, 한화 등 4곳이었다.
계열사 청산 이유는 크게 사업 차질, 낮은 사업 전망, 경기 악화 등으로 구분됐다. 자세히 살펴보면 현대백화점과 효성그룹은 당초 사업 계획에 차질이 생겨 해당 사업을 위한 특수목적 회사를 청산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부산 벡스코시티에 백화점 공사를 위해 부현개발을 설립했다. 그러나 롯데, 신세계 등 경쟁사들에 비히 좁은 부지, 불리한 조건 등 사업진행에 차질이 생기자 백화점 설립을 접었다.
효성 역시 LNG 사업에 발을 내딛었으나 당초 구상과 달리 한국가스공사를 중심으로 한 LNG도입 문제가 있었고, 독자적으로 LNG도입을 구축하려는 국내 그룹과 협조체제도 불가능해 사업 추진 전반적으로 난항을 겪으며 아예 사업 자체를 접게 됐다.
삼성과 CJ는 모두 사업성이 낮아 발을 뺀 사례다. 삼성의 경우 계열사는 아니고 지분법투자 적용을 받아 대기업집단에 포함된 PC게임이벤트 업체 월드사이버게임즈(WCG)의 지분을 정리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트렌드가 PC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옮겨감에 따라 WCG의 지분 투자를 청산한 ”것이라고 말했다. CJ는 특수효과업체인 에이지웍스를 직접 인수했지만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함에 따라 청산했다.
GS건설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사업부문을 통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GS건설의 건축사업본부는 빌딩, 사옥 등을 담당하고 GLS서비스의 주택사업본부는 자이 등 아파트 시설관리를 각각 담당했다. GLS서비스는 영업이익이 10억원 안팎에 불과했고 경기 악화에 따라 비슷한 사업을 서로 합쳤다.
대성홀딩스는 선박운송업을 담당하는 제이씨알을 10여년 만에 청산했다. 설립 후 최근까지 매출이 없으며,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2명(김정주 대표, 조성민 감사) 이외에 직원도 없다. 사업을 기획하면서 만들었던 페이퍼 컴퍼니를 이제야 정리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경기침체가 지속되자 비슷한 사업부문 합치거나 돈이 안되는 사업을 정리한 것”이라며 “웅진이나 동양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