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의 여파로 크림반도가 분리 독립해 나갈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세르게이 아시노프 크림자치공화국 총리가 1일(현지시간) 긴급성명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지원을 요청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크림반도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동남부는 러시아에 접해 있으며 유럽보다 러시아와의 관계가 더욱 친밀하지만 서부 지역은 반러 감정이 강하다. 친러시아파 정부가 지난해 11월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정 추진을 갑자기 중단하면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 진압으로 100여명이 사망하는 등 참사가 일어난 끝에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실각 후 러시아로 도피했다.
그러나 러시아계 주민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크림반도 지역은 친러시아계 정권 축출에 거세게 반발했다.
이틀 전 정체불명의 무장세력이 의회를 장악한 이후 총리에 오른 아시노프는 “크림반도의 경찰과 군대, 기타 보안병력 등을 일시적으로 통솔하게 됐다”며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푸틴의 도움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모든 사령관은 오직 내 명령만을 따라야 한다”며 “이에 동의하지 못한다면 떠나라”고 압박했다. 그는 또 현지 방송국에 보도된 특별 회의에서 “러시아 흑해함대와 해병들이 이 지역 핵심시설을 보호하고 있다”며 “흑해함대는 공공의 질서 유지를 위해 우리 측과 공동 순찰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이날 러시아가 6000명의 병력을 크림자치공화국으로 이동시켰다고 밝혔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크림 측의 지원 요청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 의회는 푸틴에게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크림 지역 주민을 보호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흑해함대의 군사 훈련은 우크라이나와의 상호협정에 따른 것”이라며 군사 개입설을 부인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지난 2008년 8월 조지아의 자치공화국이며 친러시아계였던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의 분리주의를 지원해 결국 전쟁을 일으킨 것과 비슷한 전철을 보이고 있다고 풀이했다.
반정부 시위로 정권을 잡은 우크라이나 현 정부에 대한 러시아의 압박도 강해지고 있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 대변인은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던 천연가스 할인 혜택을 철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가스 가격을 30% 인하했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이 거의 나지 않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파이프라인을 통해 제공하는 천연가스 등에 의존하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를 통해 러시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가 유럽으로 가기 때문에 유럽연합(EU)도 최근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러시아는 크림반도에서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며 “또 이 지역에서의 군대 이동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