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각국이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북한 인권보고서에 주목하며 전례 없는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한 인권 상황이 개선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됐다.
유엔 COI는 17일(현지시간) 북한의 인권침해 범죄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를 권고하는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각국 전문가와 언론은 북한의 인권침해 실상이 권위 있는 자료로 정리됐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으나 이를 계기로 책임자 처벌 등 북한 인권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제리드 겐서 국제 인권문제 전문가인 변호사는 이날 “COI의 보고서는 획기적이지만 내용 면에서는 평범한 수준을 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겐서 변호사는 “유엔으로서는 다음 단계 작업을 추진해야 하는 커다란 짐을 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유럽 언론들은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북한의 인권침해 실상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국제법정 회부 등 앞으로의 사태 진전에 촉각을 세웠다.
영국 BBC는 “북한의 인권침해 실상이 대규모 잔학 행위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 이사국인 중국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돼 실제로 ICC 회부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도했다.
일간지 더타임스는 유엔이 북한의 고문과 강간, 강제노역의 실체를 드러냈지만 중국이 움직이지 않는 한 정의가 구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국제형사재판소의 사법 관할권이 제도정착 시점인 2002년 7월 이전까지 미치지 못하는 점도 한계 요인이라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뉴스채널인 SKY 뉴스는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이 나치시대 잔학상과 놀랍도록 비슷하다”는 마이클 커비 COI 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하며 북한 내 인권범죄 책임자의 숫자는 수백 명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독일 언론들은 북한의 인권 침해 실태가 심각하지만 문제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주간지 슈피겔은 ‘고문과 기아: 유엔보고서가 북한의 잔학상을 서술했다’는 기사에서 “수천 명의 정치범이 수용소에 갇혀 있고 여성과 아이들은 학대받고 있지만 북한 정권은 (국제사회의) 징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슈피겔은 “북한은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중국이 인권 문제 때문에 북한을 국제사법재판소에 넘기는 것을 막아줄 것이기 때문에 개의치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면서 유엔의 보고서가 북한 정권이나 북한 주민에게 큰 차이를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인권문제를 ICC로 가져가는 것은 한 국가의 인권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 문제를 ICC에 회부하는 방안에 사실상 반대한다는 것이다.
WSJ는 또 한국 정부가 북한과 이산가족 상봉을 합의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된다고 전했다.
한국은 북한과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하면서 상호 비방을 하지 않기로 했고 북한은 자신들의 인권상황에 대한 비난을 비방으로 간주할 게 확실하다고 신문은 내다봤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유엔 보고서에 상세하게 기술된 북한의 잔학행위’라는 기사에서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는 잔인성뿐만 아니라 반세기가 넘는 오랜 운영기간에서 다른 곳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전했다.
WP는 전세계가 북한의 대규모 정치범 수용소와 체계적인 외국인 납치 문제 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NN은 북한의 반인륜적 범죄에 관한 수많은 증거가 확인됐다면서 일부 탈북자들이 증언한 끔찍한 인권 학대 사례를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