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타고남 덕분에 조조의 진영에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바로 대응 가능한 싸움꾼, 정치꾼, 경제·경영꾼 등 다양한 인물로 구성된 ‘적재적소(適材適所) 인재 시스템’ 이 갖춰져 있었다. 이들은 조조를 보좌하고 때론 이끌기도 하면서 위기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하는 핵심 역할을 했다.
정비라는 병참 책임자가 있었다. 조조는 부정부패 온상의 중심에 있던 그를 유독 믿고 품에 안았다. 자신을 반드시 지켜줄 것이라는 강한 믿음 때문이었다. 실제로 마초와의 싸움 당시 정비는 소와 말을 풀어 적들을 혼란스럽게 한 후 생존 위기에 처한 조조의 생명을 구했다. 조조의 선견지명은 적중했다.
고관 집 자제지만 무명이었던 사마의도 조조가 발견해 낸 보물이다. 조조의 무서운 집념으로 뒤늦게 조조 진영에 합세하게 된 사마의는 그야말로 팔방미인이었다. 조조는 사마의에게 아들 교육을 맡기는 등 최측근 인물로 인정하며 신뢰를 주었고, 그 역시 조조에게 충성을 다했다. 최고의 전략으로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게 한 주역도 사마의요, 위나라를 구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 것도 사마의였다. 결과적으로 조조의 안목은 자신의 생명뿐 아니라 나라까지 지켜냈다.
이처럼 조조는 인재를 보는 안목뿐 아니라 이들의 강점을 정확히 파악해 대단한 인물로 만들어내는 능력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잠재력을 파악한 후 꼭 필요할 시점에 그들의 능력을 활용했던 것이다.
조조야말로 현세에 꼭 필요한 최고의 최고경영자(CEO) 상이요, 기업으로 따지면 제대로 된 인재를 발굴해내는 이상적인 인사팀의 모습이다. 요새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경제 상황으로 기업들이 많이 힘들다. 이런 상황일수록 능력있는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곧 기업을 살릴 수 있는 길이다.
다행히 기업들이 ‘스펙으로 줄 세우는 시대는 지났으며 이 같은 방식이 인재를 추려내는 것과 무관하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달은 것일까. 최근 들어 기업들 사이에서도 ‘제대로 된 인재’ 뽑기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얼마 전부터 원서에 불필요한 스펙을 기재하지 못하도록 하는 ‘탈(脫) 스펙’ 중심으로 길거리 캐스팅, 오디션, 글로벌 탐방 등 색다른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채용 방식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그저 줄세우기로 채용을 일삼았던 기업들은 청년 백수 100만명이 훌쩍 넘은 상황에서도 적절한 인재를 찾아내지 못해 그야말로 ‘인재난’을 겪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제라도 탈 스펙을 선언한 만큼 기업들은 조조의 인재 등용 안목과 이들을 제대로 키우는 기술을 제대로 배우고 써먹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