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12개 국내외 항공사가 LG그룹 계열사들로부터 화물 운임 담합으로 피해를 봤다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 수출기업이 항공사를 대상으로 항공화물 운임 담합에 대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송 결과에 따라 화물항공기로 제품을 수출해 온 다른 기업들의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돼 소송 도미노 현상이 우려된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생명과학 등 LG그룹 계열사 4곳은 국내외 12개 항공사가 유류할증료를 담합해 피해를 입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4억4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소송 대상은 국내 항공사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싱가포르항공, 에어프랑스, 루프트한자, 에어라인즈, KLM항공, 캐세이패시픽항공, 전일본공수(ANA), 일본화물항공, 일본항공(JAL) 등 12개 항공사다.
LG그룹 측은 “전자, 화학 등 수출 물량이 많은 LG 계열사가 항공사 간 화물 운송 유류할증료 담합으로 수출 경쟁력에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최소 피해액을 시작으로 손해액을 점차 늘려가겠다는 게 그룹측 방침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일 항공사들에게 소장부본을 보냈다.
LG그룹은 2010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을 포함한 16개국 21개 항공사가 화물 운임을 담합했다며 시정명령과 1200억원의 과징금을 매긴 사실을 근거로 소송을 시작했다. 당시 이들 항공사는 1990년대 말 화물 운임 인상을 목적으로 유류할증료를 일괄 도입하려다 실패하자 노선별로 유류할증료 신규 도입 또는 변경을 통해 담합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번 소송은 수출기업들이 항공사 간 담합을 문제 삼아 손해배상을 청구한 첫 사건인 만큼 법원이 LG 측 손을 들어줄 경우 다른 국내 수출업체들이 줄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