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최강자인 삼성전자와 미국 구글이 파격적인 특허 공유를 실시한다
삼성전자는 27일 구글과 양사간 상호 호혜 원칙에 따라 광범위한 기술ㆍ사업 영역에 대한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다고 밝혔다. 이번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양 사는 기존에 갖고 있는 특허는 물론, 향후 10년간 출원되는 특허까지 공유하기로 했다. 양사 특허 포트폴리오를 활용할 수 있게 돼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제품·기술 개발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두 회사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강력한 협력자다.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하며 스마트폰 업계를 장악하자 후발주자인 삼성전자와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으로 공동 대응했다. 그 결과 지난해 3분기 안드로이드의 스마트폰 운영체제 점유율은 81.3%로 애플 iOS(13.4%)를 압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같은 상황은 오히려 삼성과 구글 사이에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최근 삼성전자는 브랜드 파워가 상승하고 타이젠 등 OS 다변화에 나서면서 구글과의 불화설이 번진 것.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유료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여기에 구글이 스마트홈 사업 진출을 예고하면서,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번 특허 공유를 통해 삼성전자와 구글 간의 협력관계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다.
특히 최근 스마트폰 사업이 정체에 빠진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글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다. 글로벌 스마트폰 업계에서 무차별적 소송이 확산되는 가운데 향후 양사의 잠재적 소송 우려를 불식하는 효과도 크다. 이미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 샌디스크, MS, 코닥 등 글로벌 기업들과 다각적인 특허 제휴에 나선 바 있다.
삼성전자 IP센터장 안승호 부사장은 “구글과의 이번 계약 체결은 불필요한 경쟁보다 협력을 통해 더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 IT 업계에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구글 특허 담당 고문 앨런 로는 “삼성전자와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어 기쁘다”며 “잠재적인 소송 위험을 줄이고 혁신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