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년 간 심각한 매출 정체로 제기되고 있는 ‘지상파 위기론’이 새해에도 수그러들 줄 모르고 있다.
유료방송사가 양질의 콘텐츠 확충에 집중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사이, 지상파는 ‘막장드라마’, ‘진부한 예능플랫폼’이라는 오명에 시달리면서도 간접광고 확대, 중간광고 도입 등 기타 사업에만 매몰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는 지난 2일 발간한 ‘방송시장 현황과 2014년 전망’을 통해 수년째 1%대 성장에 머물던 지상파 방송이 올해는 4%대로 성장할 것이라고 점쳤다.
문제는 이같은 예상의 배경이 콘텐츠 투자를 통한 성장이 아닌 국내외 경기 회복에 따른 광고수익 증가가에 있다는 것. 특히 올해는 소치 동계올림픽, 브라질 월드컵, 인천 아시안게임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 특수를 앞두고 있어 지상파 광고수익은 급등할 전망이다.
반면 콘텐츠 투자액과 시청률에서는 지상파가 유료방송사에 뒤처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2013년 방송산업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 제작과 구매비는 1조1928억원으로, 전년 대비 15.1%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방송채널사용사업의 제작과 구매비는 전년 대비 54.7% 증가한 1조6705억원을 기록했다. 콘텐츠 투자에서 유료방송사가 지상파를 4000억원 가량 앞지른 것.
유료방송사의 콘텐츠 중심 전략의 성공여부는 시청률로 증명되고 있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누나’1편은 최고시청률로 12.2%를 기록한 바 있다. 지상파 포함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다. tvN드라마 ‘응답하라1994’는 평균시청률 11.9%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케이블 드라마에 새역사를 썼다.
유료방송사가 강력한 콘텐츠를 생산해내며 승승장구하는 사이, 최근 5년 동안 지상파 방송의 시장 점유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KISDI의 2일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의 방송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39.6%에서 매년 감소 추세를 보여 2012년 30.1%까지 하락했고, 광고매출에서 지상파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8년 68.6%에서 매년 하락해 2012년 61.1%까지 떨어졌다.
게다가 최근 지상파방송에서는 인기 케이블 프로그램을 카피한 프로그램이 여럿 등장하고 있으며, 케이블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인기 연예인와 저명인사 등이 역으로 지상파로 유입되는 현상도 빈번해지며 ‘지상파 위기론’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콘텐츠 장악력은 장기적으로 광고와 주문형비디오(VOD) 판매 매출은 물론, 전반적인 방송사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콘텐츠 강화는 지상파방송이 최우선 순위로 풀어야할 숙제라는 지적이다.
응답하라 1994를 제작한 신원호PD는 “어느 방송사에서 콘텐츠를 유통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 내느냐가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