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라는 이름의 정책] 국가정책 ‘시혜 대상’ 취급… 사회통합적 관점서 접근해야

입력 2014-01-0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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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2088억 지원 불구 국민 수용성 조사 36.2%…유럽 절반 수준

한국 거주 외국인 수가 150만명을 넘어섰다.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의 진입을 앞두고 있지만 정부의 준비는 여전히 부족하고 국민의 인식 또한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이 더디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다문화 가정과 다문화 사회에 대한 편견과 인식 전환이 늦은 데에는, 정부가 짜임새 있는 정책으로 뒷받침하지 못하는 등 다문화 사회 진입을 준비하는 첫단추를 잘못 끼운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 다문화 개념 정립은 뒷전

정부가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을 제정한 이후 정책을 시행하면서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5년간 총 2088억원의 예산을 썼다.

정부도 다문화 가정이 크게 증가하면서 관련 예산을 매년 늘리는 등 다문화 정책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다문화 정책이 확대될수록 국민의 반감 역시 커졌다. 2012년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국민 다문화 수용성 연구 결과를 보면 국민의 문화 수용률은 36.2%에 그쳤다. 국민 3명 중 2명이 다문화에 부정적임을 나타냈다. 73.8%를 기록한 유럽의 절반 수준이다.

이에 대해 이용승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정부가 2008년 다문화에 관한 정책 기조를 시혜적 대상으로 설정함으로써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부는 이주민 집단, 특히 이주민 아동을 방치할 경우 미래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시각으로 판단했다”며 “훗날 생길 폭동이나 반정부적 움직임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이주민 집단을 도움이 필요한 집단으로 규정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 정책 초기엔 다문화 가정을 돕자는 논리가 국민을 설득할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논리는 국민 스스로 언제까지 그들을 도울 것인가라는 회의감으로 변질됐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제1차 다문화지원 사업계획을 마무리하며 2차(2013~2017)에서 국민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것을 우선 정책 과제로 하는 기본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다문화 가족 사회통합 부문(국민인식 제고)은 다문화 관련 여성부 총 집행 예산의 6.4%인 44억원만 배정, 사회통합이라는 기본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와타나베 미카 물방울나눔회 회장은 “다문화에 관한 국민 인식조차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만 늘린다는 것은 국민들이 역차별을 느낄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예산 ‘펑펑’ 쓰고도 효과는 ‘글쎄’

정부 각 부처가 예산을 끌어오기 위해 경쟁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한 점도 사회통합 실패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단기간에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일회성 정책에만 치중해 중복 지원과 예산 낭비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 제정 이후 다문화 지원 정책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2012년에는 중앙에서 53개, 지자체에서 481개의 과제를 추진했다. 제2차 다문화가족 시행계획(2013~2017)을 보더라도 정부는 14개 부처 주관, 중앙에서만 86개 다문화가족 지원사업 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다문화 정책의 주무부처는 여성가족부이지만 정책 전반을 조정하거나 예산을 수정할 권한이 없다 보니 지원이 체계적이지 않고 일부에만 국한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어교실, 콜센터 등은 현재 2~3개의 부처가 따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어 교육은 여성부의 다문화가정지원센터 사업과 법무부의 사회통합지원프로그램이 있으며 각 지자체마다 자체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부처별로 뿔뿔이 흩어져 있는 다문화 지원 정책을 하나로 합쳐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이민청(가칭)’과 같은 통합기구의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예산도 급증했다. 지출규모로 따지면 2007년 92억4900만원에서 2013년 933억1200만원으로 7년 새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2007년 이후 2012년까지 집행한 중앙과 지자체 예산만 3278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정부 부처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여성가족부가 2012년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만 436억4700만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전국 212개소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용률은 평균 36.1%에 그쳤다. 심지어 이용률이 6.8%에 그친 곳도 있다.

또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한 가지 이상의 교육 및 지원서비스를 받은 경험은 46.2%에 불과했다. 다문화 가정의 절반 이상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단 1번도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 다문화가족 지원정책 관계자는 “직업훈련이 아닌 직장에서의 기본 소양교육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참여율이 저조한 것 같다”며 “직업훈련 같은 경우는 고용노동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에 기본 소양교육 위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은 “다문화 가족 지원사업이 성과 위주로 진행되면서 초기정착 지원 예산 비율이 높아졌다.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며 “일회성 정책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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