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출신 결혼이주여성이라는 이력으로 다문화담당 공무원이 된 여성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서울시청 여성가족정책실 외국인 다문화담당 주무관으로 일하는 윤승주(39·몽골명 촐롱체첵) 씨다.
윤씨는 “업무를 하다 보면 ‘왜 이렇게 다문화 지원을 많이 하느냐’는 민원이 많다”며 “결혼이주여성 초기 입국자에게는 언어와 문화 교육을 해줘야 하지만 정착한 지 몇 년이 지난 뒤에는 사회 속에서 어울려 살 수 있도록 해야 소외계층, 저소득층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몽골에서 무역회사를 다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1996년 말 거래처인 한국 회사를 방문하기 위해 입국, 이후 여러 사업을 하다가 2005년 한국인 남편을 만나 가정을 이뤘다.
2010년 주한몽골이주여성회를 결성해 활동하다 2011년 귀화 절차를 마치고 한국 국적을 얻었다. 그리고 곧바로 서울시 특채 공고에 지원, 계약직으로 다문화정책 분야 공무원이 됐다.
“이 일이 정말 좋다”고 말문을 연 그는 “몽골여성회를 할 때부터 봉사로 결혼이민자들을 도우려고 결혼이민자네트워크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상담과 지원을 하던 것이 이제 진짜 ‘일’이 되니까 더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들을 뛰어다니면서 취합한 내용은 실제 서울시 정책에 많이 반영된다.
지난해 8월 서울시가 내놓은 다문화가족 정책인 ‘다행복 서울 플랜’ 가운데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교육 지원,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생애주기별 동화집 발간 등은 그가 발품을 팔아 내놓은 성과물이다.
윤씨는 “지난해에만 서울시 관내 44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400여명을 만났고 올해도 20여곳을 다니면서 지역별 자조모임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외에도 서울지방경찰청이나 서울복지법률지원단, 우리다문화장학재단 등 여러 기관과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연계해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한 법률교육상담, 운전면허교육, 범죄예방교실, 다문화가족 경제교실 같은 강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서울시 일선 공무원들에게 다문화 이해 강의를 실시하는 것 역시 그의 중요 업무 중 하나다.
그는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2011년 연세대 사회학과 석사과정에 입학, 현재 학기를 다 마치고 논문 준비 중이다. 서울시에서 매주 20시간씩(3일간)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학교에 다닌다.
윤씨는 “한국사회에 대해 알고 싶어 공부를 시작했다”면서 “사회학을 공부하면서 한국이 얼마나 힘들게 민주화를 실현했는지, 어떻게 단기간에 고도성장을 이룩했는지를 알게 됐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역사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