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독일의 자동차 부품회사가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발주한 미터(자동차계량장치)와 와이퍼가격을 수년간 담합해 온 사실이 적발돼 천억원대의 과징금을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본계 자동차 부품그룹인 덴소와 독일계 부품사 콘티넨탈 오토모티브 일렉트로닉스, 보쉬전장 등 총 3개사가 현대·기아차가 발주한 차량용 부품 입찰에서 담합한 사실을 적발,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146억원을 부과했다고 23일 밝혔다. 또 계열사를 포함해 담합과 관련된 법인 5곳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 업체는 2007년에 쏘렌토(XM), 소나타(YF), 투산(LM) 등 대규모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저가 수주 경쟁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자 입찰담합을 모의했다. 이후 2008년 1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소나타(LF), 아반떼(MD), 그랜져(HG), 카니발(YP) 등 총 21개 차종의 미터 입찰건에서 낙찰예정자를 미리 합의했다.
이들 업체들은 돌아가며 낙찰자를 사전에 정하고 나머지는 들러리 입찰을 서는 방식으로 납품가격을 올렸다. 수주받기로 합의된 회사가 들러리 회사에 특정 가격보다 높게 견적가격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하면 들러리 회사는 위 제시가격보다 약 5% 내외 높게 견적가격을 제출했다.
또 덴소와 보쉬전장은 2008년 8월부터 2009년 2월까지 아반떼(MD), 프라이드(UB), 소나타 왜건형(VF) 등 6개 차종의 와이퍼 입찰에서 담합을 통해 낙찰자를 합의했다. 실행은 보쉬전장이 덴소에게 투찰가격을 알려주면 덴소가 이보다 높게 또는 낮게 견적가격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담합 결과 덴소의 와이퍼 낙찰가격이 프라이드는 8.5%, 소나타 웨건형은 5.4% 상승했다.
공정위는 담합 기간 5%대에 머물렀던 이들 업체의 견적가격 차이가 담합이 종료된 작년 3월 이후에는 22%로 확대되는 등 담합의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공정위는 이번 계량장치 담합 적발이 현대·기아차의 차량 약 1100만대(생산예정 차량 포함)와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은 담합의 영향을 받아 장래 발생할 매출규모에 기초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첫 사례로 남게 됐다.
한편 이번 사건의 적발은 미국·EU 등 경쟁당국과 현장조사·정보교환 등 긴밀한 공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공정위는 증거인멸 방지를 위해 미국 법무부 반독점국과 2012년 10월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현장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신동권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사실상 현대·기아차의 전 차종이 담합 대상에 포함돼 이번 조치의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내 자동차 시장의 약 75%를 점유하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의 부품공급업체간 담합을 적발해 제재함으로써 기업경쟁력 제고에 기여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