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한국 떠난다]“더 싼 곳으로” 글로벌 생산거점 재편

입력 2013-12-2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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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포드, 호주 車생산 중단…HP·IBM·존슨앤존슨은 중국 현지인력 감축

글로벌 기업들이 세계 공략 지도를 새롭게 짜고 있다. 전체적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새판 짜기’ 원칙은 저비용 국가로의 이동이다. 규제가 강화되고 임금이 오른 국가에서 사업을 정리하고, 이보다 비용이 저렴한 국가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호주 국영 ABC방송을 비롯한 해외 언론에 따르면 GM의 호주법인인 홀덴은 2017년까지 호주에서의 자동차 생산을 중단할 예정이다. 앞서 포드도 2016년까지 호주 생산공장의 문을 닫겠다고 발표했고, 일본 자동차업체 토요타는 호주에서 1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댄 애커슨 GM 회장은 “호주달러가 강세를 유지하고 있고, 현지 생산비용도 지난 10년간 65%나 상승했다”고 호주 철수 이유를 밝혔다.

호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글로벌 기업의 엑소더스 현상과 사업지역 재편은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던 중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달 들어 휴렛팩커드(HP)와 IBM, 존슨앤존슨 등 유수의 기업들은 중국 현지인력을 감축하기로 했다.

글로벌 기업의 이 같은 중국 인력 감축은 무엇보다 현지 근로자의 인건비가 오르면서 중국 진출의 이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중국 주요 제조업 도시 노동자의 시간당 평균 급여는 3.5달러로 미국 노동자의 4분의 1 수준까지 뛰었다. 2003년(약 60센트)에 비교하면 6배 가까이 치솟은 셈이다. 여기에 중국이 최근 20년 만에 가장 저조한 7%대 후반의 성장률을 이어가자 기업들은 중국 경제가 장기적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투자를 줄이기 시작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포스트 차이나’로 베트남 등 중국과 인접한 동남아시아 지역을 지목하고 있다. 환경규제가 중국보다 덜 하고, 임금은 싼 반면 생산성과 노동시간이 높은 동남아 국가가 새로운 생산거점으로 낙점된 것이다.

베트남의 월평균 인건비는 180달러로, 1990달러인 우리나라의 10분의 1 수준이다. 반면, 베트남의 주당 법정근로시간은 48시간에 달해 우리나라(40시간)보다 많다. 적게 받고 많이 일하는 베트남 시장으로 기업들이 몰리는 이유다.

생산성도 나쁘지 않다. 삼성전자 구미공장 노동자 한 명이 한 달에 만드는 휴대폰은 104대. 베트남은 89대로 한국의 86% 수준까지 추격한 상황이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들은 중국의 저임금 혜택이 줄면서 또다시 임금이 싼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베트남에서의 환경이 어려워지면 또다시 다른 국가로 이동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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