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증권에 이어 현대증권마저 매각 사실을 공론화하면서 증권업계의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내년 7월 산업은행과 산은금융지주, 정책금융공사가 ‘통합 산업은행’으로 출범하면 KDB대우증권마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져 실상 증권업계 빅5 중 3곳이 매물로 나올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매물이 공론화된 대형사는 16일 본입찰이 치러지는 우리투자증권과 그룹 차원에서 매각 발표를 앞둔 현대증권이 꼽힌다. 실제 현대그룹은 지난 12일 현대상선 지분 매각 추진에 따른 조회공시 답변에서 “그룹 차원에서 현대증권 지분 매각을 비롯한 다양한 자구책을 검토 중”이라며 매각 수준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그동안 현대증권의 매각을 부인한 현대그룹은 채권단의 강도 높은 조정안에 따라 현대증권 매각을 포함한 자구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이르면 이달 중 현대증권 매각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투자증권 역시 정부 민영화 방침에 따라 16일 본입찰을 진행한다. 현재 우리투자증권 인수전 쇼트 리스트(적격 인수 대상 후보)엔 KB금융지주, NH농협지주, 파인스트리트가 선정돼 눈치싸움이 치열한 상태다.
이 밖에 법정관리 중인 동양그룹 계열사인 동양증권도 법원이 조기 매각을 인가했고, LIG손보의 매각과 맞물려 LIG투자증권 역시 매물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동양증권 인수전엔 현재 대만계 1위 증권사인 유안타증권과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딜에 참여한 KB금융 간 2파전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당국도 증권사들이 인수합병을 추진할 경우 자기자본 요건 완화, 원금보장형 개인연금신탁(연금저축신탁) 업무 허용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증권회사 인수·합병(M&A) 촉진방안’을 발표, 증권업계 구조조정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다만, 그동안 매각 대상에 올랐던 리딩투자증권, 아이엠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등 중소형사들의 경우 인수합병에 난항을 겪고 있다. 매각이 순항 중이던 아이엠투자증권은 최근 우선협상대상자인 CXC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인수가 중단되고 원점에서 재논의 중이다.
증권 전문가들 역시 증권사들의 매물이 쏟아지면서 자칫 시장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매물이 많아질수록 증권사들의 매각 가치 협상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산업의 수익성 전망이 개선되거나 정확한 가치에 매각할 수 있는 밸류에이션 영역에 도달해야 원활한 구조 재편이 가능한데, 현재로서는 요원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금융당국이 제시한 증권사 인수합병 촉진안이 성공하려면 좀더 효율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와 관련해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재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증권사들의 M&A를 위한 금융당국의 인센티브 촉진이 과연 실효성이 나타날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