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 써보니… 0.2㎜씩 겹겹이 쌓아 실물 완성 ‘책상위 공장’

입력 2013-12-0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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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리코 ‘큐브’ 보급형… 카트리지 서서히 녹이며 적층, 장인의 손길 연상

#영국에서 앞으로 3D 프린터를 이용해 총기를 제조하면 최대 10년형에 처할 수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영국 내무부는 위험성이 커지는 3D 프린팅 총기 규제 방안으로 허가를 받지 않은 총기 제조와 판매, 구매, 소유 등 행위에 대한 처벌 방안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10월 영국 경찰이 범죄조직 단속 과정에서 3D 프린터를 이용한 총기제작 시설을 적발한 적이 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국내 처음으로 3D 프린팅 기술을 접목한 ‘피규어 케이크’ 행사를 진행한다. 응모를 통해 당첨된 고객 100명의 모습을 3D 프린팅 피규어로 제작해주는 것으로 크리스마스 케이크에 장식해 선물할 수 있다. 뚜레쥬르는 3D 프린터로 1차 조형물을 만든 후 전문 세공사들이 2차로 섬세하게 피규어를 다듬어 완성해준다.

▲사진 왼쪽 위부터 ① 3D프린터 큐브 프로그램 실행 장면. 기자가 선택한 '타이페이 101빌딩' 3D 도안이 가운데 위치해 있다. ② 3D프린터 큐브가 카트리지를 녹이며 겹겹이 제품 형태를 만들고 있다. ③ 30분이 지난 후 타이페이 101빌딩 모형이 완성됐다. ④ 3D 프린터로 제작한 다양한 3D 모형들.
전 세계적으로 3D 프린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3D프린터가 발전하면서 총기 제작 등 위협 요소도 생겼고, 피규어 제작이나 인공치아 제작 등 신규 사업도 뜨고 있다. 3D 프린터란 캐드 프로그램으로 만든 디자인 그대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실물 모형을 만들어주는 프린터다. 합성수지를 분사하면서 극도로 얇은 막을 쌓아올리거나 합성수지 덩어리를 깎는 방법으로 모형을 제작한다.

그렇다면 3D 프린터는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며, 어떤 모습으로 제품을 만들어 낼까. 신도리코에서 최근 판매에 들어간 3D 프린터 ‘큐브’를 직접 사용해 봤다. 큐브는 신도리코가 미국 3D 프린터 제조사 3D시스템스와 독점 판매 계약을 맺고 국내에 유통하는 제품이다. 가격은 230만원으로 현재 시중에 나온 3D 프린터 중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말로만 듣던 3D프린터를 직접 사용해보니, 일단 신기했다. 눈앞에서 재료가 겹겹이 쌓이는 모습은 장인이 한땀, 한땀 작품을 만드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단, 고가 3D 프린터가 아닌 보급형 제품이다 보니 완성도에서는 다소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3D 프린터 큐브의 외형은 아기자기한 모습이다. 귀여운 모습으로 변신한 재봉틀이 떠올랐다. 수천만원이 넘는 고가 3D프린터는 거대한 모형이지만, 이 제품은 가정에도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디자인에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3D 프린터를 사용하기 위해선 먼저 프로그램 설치가 필요하다. 제품에 함께 소프트웨어가 들어 있지만, 혹시 분실했다면 큐브 공식 사이트(cubify.com)로 들어가서, 매킨토시 혹은 윈도용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설치하면 된다. 큐브 프로그램 설치를 완료했다면, 이제 프린팅하고 싶은 제품의 3D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3D 스캐너로 스캔하고, 스캔 결과물을 3D 캐드로 디자인 설계해야 하지만, 기자는 무료로 3D 데이터를 제공해주는 인터넷 사이트(Thingiverse.com)를 활용했다. 이 사이트에는 전 세계 랜드마크와 도구, 크리스마스 장식품까지 다양한 제품의 3D 데이터 파일을 제공한다.

물론 공짜다 보니 완벽한 데이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면도 있다. 선택한 3D 데이터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명소인 ‘타이베이 101빌딩’. 해당 데이터 파일을 다운로드 받은 후 실행하니, 바로 큐브 프로그램이 실행됐다.

이후 작업은 간단하다. 크기를 조정한 후 최종 파일을 USB에 담으면 된다. PC 연결없이 USB를 사용해도 되고 와이파이 무선 연결도 지원한다. 큐브 본체에 USB를 꼽은 후 프린트 버튼을 누르기 전에 해야 하는 작업은 한 가지 더 있다. 제품이 출력되는 유리판에 3D 프린터용 풀을 발라야 한다. 제품을 바닥에 잘 고정하기 위해서다. 제품에 동봉된 풀을 열심히 바른 후, 출력 버튼을 눌렀다. 이제부터 신기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3D 프린터가 카트리지의 플라스틱을 녹여서 0.2mm 두께로 쌓기 시작했다. 속도감이 있지는 않지만 3D 데이터와 동일하게 서서히 쌓여 올라가는 모습은 마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느낌이다.

3D 프린터는 4가지 방식이 있다. 신도리코 큐브는 재료를 녹여 일정 압력으로 노즐을 통해 압출해가며 적층하는 수지압출법(FDM) 방식의 3D 프린터다. 플라스틱을 이용하기 때문에 재료가 싸고, 특허가 풀려서 기계 단가도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표면이 거칠고 투박하다는 것이다.

3D 프린팅이 진행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린다. 기자가 선택한 타이베이 101 빌딩은 그나마 짧은 30분. 화면에 프린팅까지 남은 시간이 표시된다. 적색 카트리지를 사용했기 때문에 완성된 출력물도 빨간색이다. 큐브는 총 16가지 색상의 카트리지를 제공하지만, 한 번에 두 가지 색을 사용할 수는 없다. 카트리지 한개의 가격은 약 8만~9만원으로 하나의 카트리지로 15에서 20개 정도의 3D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완성된 제품은 정교하다기보다 플라스틱 장난감 같다는 느낌이 강했다. 다양한 색상이 지원되고 티탄이나 철 성분을 재료로 사용하는 고가 3D 프린터의 경우 실물과 비슷한 더욱 정교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3D 프린터가 내 방 침대 옆에도 놓일 수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신기했다. 간단한 칫솔꽂이나 크리마스용 액세서리 등은 직접 만들어 사용해도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신도리코 김희수 부장은 “이 제품은 주로 학교 교보재나 회사에서 샘플 제품을 만들 때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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