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보당국이 세계 각지의 최고급 호텔에 도청 시설을 설치하고 외국 외교관을 감청했다고 17일(현지시간) 독일 주간지인 슈피겔 영문판이 보도했다.
영국 정보당국은 테러방지 업무만 한다고 최근 해명했으나 실제로는 각국 정부대표의 숙소에 노골적인 감청망을 설치했다고 슈피겔은 꼬집었다.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는 외국의 통신회사 전산망에 침투하고 국제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해킹하는 등 첨단범죄를 연상케 하는 작전을 벌인 것이 최근 슈피겔을 통해 폭로돼 물의를 빚었다.
이에 정보통신본부(GCHQ) 국내정보국(MI5) 해외정보국(MI6) 등 영국 3대 정보기관 수장은 지난 7일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대중은 감시 대상이 아니다. 우리 작전의 목적은 알카에다 등 테러 단체의 행적을 추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에드워드 스노든 전 중앙정보국(CIA) 요원이 슈피겔에 공개한 기밀문서에 따르면 GCHQ는 스위스와 싱가포르 등 세계 각국의 최고급 호텔 최소 350곳에서 3년 이상 감시·감청 활동을 벌여왔다.
‘로열 컨시어지(Royal Concierge)’라는 이 작전은 호텔에 외국 외교관이 투숙했는지를 알아내 해당 방의 전화·팩스·인터넷을 감청하는 것이 골자다. GCHQ는 세계 각국 호텔이 정부기관으로 예약확인 통지를 보내는 이메일을 지켜보면서 매일 각국 외교관의 출장 동태를 파악했다는 것이다.
슈피겔에 따르면 GCHQ는 중요 정부요인에 대한 첩보 활동도 벌였다. 첩보 요원이 호텔 바에서 정부 관계자들의 대화를 엿들었다는 것이다.
GCHQ는 이런 감청활동을 ‘혁신’으로 자평하면서 호텔 대여 차량에 감시망을 설치하는 안을 검토하는 등 계속 작전 내용을 보강했다.
스노든이 제공한 기밀문서는 GCHQ의 작전이 이뤄진 호텔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스위스 취리히와 싱가포르의 일부 호텔을 약어로 언급했다. 한국의 호텔이 작전 대상에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