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일감몰아주기 개인회사 다수…추가 정리 여부 관심
국내 62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계열사 수로 1위를 차지한 대성그룹이 3위로 떨어졌다. 부실 계열사를 잇따라 청산·흡수합병한데 따른 결과다. 올해 들어 ‘좀비’ 계열사의 호흡기를 잇따라 떼내고 있는 대성그룹의 추가 정리 여부도 관심거리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대성그룹의 계열사인 대성초저온이엔지가 회사를 청산한다고 전일 밝혔다. 회사측은 “영업부진으로 회사를 청산함이 주주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임시주주총회에서 출석한 주주 전원의 만장일치로 승인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대성그룹은 창업주인 고 김수근 명예회장의 아들인 장남 김영대, 차남 김영민, 삼남 김영훈씨가 김 명예회장이 작고한 2001년 지분 다툼을 벌인 이후 그룹을 3개 계열군으로 나눠 독립경영하고 있다.
김영대 대성 회장은 대성합동지주 계열, 김영민 서울도시가스그룹 회장은 서울도시가스 계열,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은 대성홀딩스 계열을 이끌고 있다. 최근엔 그룹 사명인 ‘대성’을 두고 법적 분쟁을 벌이기도 했다.
대성그룹은 올해 초만 해도 87개의 계열사를 갖고 있어 삼성그룹(77개), SK그룹(86개), CJ그룹(86개) 등 상위 대기업집단을 따돌리고 계열사 수로 1등을 차지했다. 하지만 부실 계열사를 청산하거나 또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는 계열사를 흡수합병해 몸집을 줄이면서 11월 초 현재 계열사 수가 81개로 줄었다.
공정거래위원회 집계에는 반영되지 않았으나 최근 청산을 공시한 3곳의 계열사를 더하면 계열사 수는 78개로 줄어 SK그룹(83개), CJ그룹(82개)에 이은 공동 3위가 된다. GS그룹이 대성그룹과 공동 3위다.
대성그룹이 줄인 계열사 대부분은 장남인 김영대 대성 회장의 대성합동지주에 속한 계열사이며 김영민 서울도시가스그룹에 속한 계열사도 두곳이 있다.
우선 알짜 계열사임에도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계열사에서 제외한 곳은 대성합동지주 계열의 대성정보시스템과 서울도시가스 계열의 서울도시산업이 있다. 두 회사 모두 수백억원의 매출을 비롯해 흑자 경영을 기록했지만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기록한 것이어서 자생력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 못하다.
대성정보시스템은 지난해 매출 146억원 중 144억원이 계열사들과의 내부거래에서 발생했다. 서울도시산업 역시 316억원의 매출 중 절반인 151억원을 내부거래로 벌었다. 대성정보시스템은 대성산업에 흡수합병 됐는데 합병 직전 주주는 김영대 회장의 부인 차정현씨와 세 아들 정한·인한·신한씨로 99.75%를 갖고 있었다. 자회사인 에스씨지솔루션즈와 합병한 서울도시산업의 최대주주는 김영민 회장의 아들 김요한 서울도시가스 부사장으로 100% 지분을 보유했다.
실적 부진으로 납입자본금을 까먹어 청산 또는 흡수합병된 이른바 ‘좀비’ 계열사로는 대성합동지주의 바피아노청량리와 바피아노거제, 디큐브차이나풍, 디큐브월드스트리트푸드, 대성초저온이엔지, 서울도시가스 계열의 농업회사법인굿랜드가 있다.
2010년 설립된 서양식 음식점업체 바피아노청량리는 잇따른 손실에 납입자본금 4억원을 모두 까먹고 3000만원의 결손금을 쌓아둔 완전자본잠식 회사였으며, 바피아노거제 역시 납입자본금의 일부를 까먹은 일부자본잠식 회사다. 두 회사는 디규브바피아노에 흡수합병됐다.
중식업체 디큐브차이나풍과 음식업체 디큐브월드스트리트푸드, 대성초저온이엔지 역시 청산 배경이 비슷하다. 2011년 4월과 6월에 설립된 디큐브차이나풍·월드스트리트푸드는 누적되는 손실에 17억원, 37억원의 납입자본금이 5900만원, 3400만원 밖에 남지 않았고 청산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 아래 지난달 21일 법인 청산을 공시했다. 직원이 단 한명도 없는 대성초저온이엔지는 매출이 전무했다.
한편 대성그룹의 계열사 축소 행보가 계속될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대성그룹 계열사 중 손실 누적으로 결손금이 쌓인 완전·일부자본잠식 및 순손실을 기록한 회사로는 제이씨알과 코리아닷컴커뮤니케이션즈, 글로리아트레이딩, 대성엘앤에이, 디큐브시티뽀로로파크, 서울도시광산자원, 포디알에스 등이 있다. 또 일감몰아주기 규제 적용 회사로는 에이원과 제이헨, 포디알에스, 알앤알, 대성투자자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