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약 개발이 부진한 이유에 대해 제약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니즈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약을 개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 의약품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 진출하려면 시판 전에 반드시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으로부터 제품에 대한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안전성·유효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혁신적 신약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현재 세계 의약품 시장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 기업들이 중국, 인도, 러시아, 인도네시아, 브라질 및 아시아 국가 내 수익성 있는 시장을 발굴하는 데 온힘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다케다제약 이춘엽 사장은 한국 제약사가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국내사 간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다케다 제약은 해외 자회사 설립뿐 아니라 M&A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 일본다케다는 미국 진출시 에보트, 릴리 등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할 수 있었다면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 FDA, 유럽 EMA 등 해외 인허가 획득을 위해 수천명의 임상 데이터가 필요하고, 신약 개발에서부터 시판 허가까지 약 2조원이 소요돼 국내 제약기업에게는 현실적으로 힘든 점이 많으므로 파트너십 구축 등 개방형 모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 순위는 기존 1위를 고수하던 동아제약이 지주회사로 전환함에 따라 유한양행이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으며 녹십자(3417억원), 대웅제약(3213억원) 등의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2013년 상반기 매출 상위 10대 기업의 매출액은 2조598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 수준인 49.2%를 점유하며 상위 기업 중심의 시장 집중구조를 보이고 있다. 2011년 상반기 이후 점유율이 다시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는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에 비해 1.7%p 감소한 10.4%를 기록했으며, 대기업(11.2%)과 코스닥기업(17.5%)의 연구개발 비중이 전체 상장 제약사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감소하면 제약기업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해외시장 진출을 강화하기 위해서 지속적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 제약산업이 기존 제네릭 위주의 내수산업에서 신약개발 중심의 글로벌 산업으로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적극적인 R&D 투자 및 다국적 의약품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시장성 높은 신약 출시로 세계 의약품 사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협소한 국내시장에서 탈피해 기술 및 의약품 수출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국내 의약품 산업의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고, 거시적으로는 안정적인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