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사장은 이전 사장들처럼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단명(短命)을 되풀이했다. 회사 측은 ‘건강문제로 사표를 냈다’고 하지만, 업계에서는 오너와 경영 문제로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라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조 사장이 9개월 만에 낙마하면서 피죤은 2007년 이후 외부에서 영입한 사장 모두 1년을 채우지 못한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김준영 전 사장이 7개월(2007년 8월~2008년 3월), 김동운 전 사장 2개월(2008년 6~8월), 유창하 전 사장 3개월(2010년 2~5월), 이윤재 회장의 폭행과 배임 등 피죤 사태가 세상에 알려진 계기가 됐던 인물인 이은욱 전 사장은 4개월(2011년 2~6월) 만에 하차했다. 나머지 기간은 공석이었다. 그나마 조 사장이 9개월로 2007년 이후 최장수 사장으로 기록을 남기긴 했다.
조 사장이 지난 1월 피죤에 몸을 담으면서 회사 측은 ‘시장 점유율이 조금씩 오르는 추세’라고 기대했다. 이 회장의 장녀 이주연 부회장과 함께 회사 업무를 총괄하면서 영업과 마케팅에 주력, 땅에 떨어졌던 피죤의 회생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솔솔 흘러나왔다.
2009년 구두업체 에스콰이어 대표로 취임한 후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회사를 흑자 전환시켰던 점과 2011년 부터 피죤을 제치고 섬유유연제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샤프란’을 생산·판매하고 있는 LG생활건강에서 26년 동안 전문 마케터로 일했던 이력이 함께 부각됐다.
하지만 조 사장은 취임 당시 이런 운명을 예감이라도 한 듯 피죤 사장 선임 사실을 석달 넘게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회사 직원들도 취임 사실을 쉬쉬할 정도였다. 경쟁사에서 오랫동안 몸 담았던 이유도 있겠지만, 회사의 안좋은 이미지 때문에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했던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당시 피죤은 이윤재 회장의 청부폭행, 배임, 횡령 등 각종 스캔들로 회사 이미지가 땅에 떨어졌다. 2010년까지 50%에 육박했던 시장 점유율은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한 때 반 토막이 났다.
2011년 10월 이 회장은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소송 중이던 이은욱 전 사장을 청부폭행해 실형을 선고받았고, 조 사장 선임 직전이던 작년 12월에는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고 총 119억여원 상당의 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조 사장 사임과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 사장이 선임되면서 피죤의 사장 수난사가 막을 내리는가 했는데 결국 또 단명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며 “결국 피죤 오너의 전문경영인을 대하는 자세가 과거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