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내년 2월부터 대기업 전담조직을 가동키로 했지만 정부가 인력증원 요구에 소극적이어서 애를 태우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할당한 공정위의 내년도 세입목표액은 올해보다 930여억원이나 늘어나 공정위 관계자 사이에서 한숨이 터져나오고 있다.
최근 공정위는 내년 2월 1국3과 규모로 대기업 전담조직을 신설키 위해 안전행정부에 30여명의 인력증원을 요청했다. 재벌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및 내부거래 감시 강화 등을 주내용으로 하는 개정된 공정거래법의 시행 시기에 맞춰 법집행에 필요한 조직을 가동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안행부에서는 이 같은 인력증원 요구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고 있어 많아야 10명 안팎의 인력만 보강될 것이라는 게 공정위 측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25일 기자에게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했을 당시에도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는데 지금 정부가 국정운영 기조를 경제민주화에서 경제활성화로 바꿔 인력을 많이 늘려주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기조 변화 때문에 우리가 예년보다 기업들 조사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정부는 그러면서도 공정위에 내년엔 과징금 부과를 늘려 올해 세입예산 6043억2900만원보다 932억4400만원 많은 6975억7300만원을 거둬들이라고 요구했다. 올해 대비 15.4% 늘어난 것으로, 내년 국세 세입예산이 3.9% 증가한 것과 비교해도 증가폭이 상당히 크다.
정부가 과징금 징수 등으로 할당한 공정위 세입은 2011년 4078억8230억원에서 2012년엔 4035억2800억원으로 1.1% 줄었다. 올해는 2008억100만원(49.7%)이나 늘긴 했지만 이는 LPG사업자 E1의 담합사건 승소에 따른 예상납부액 1394억원, 4대강사업 건설사업자 담합 과징금 중 분납예상액 744억원 등 액수가 큰 건들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내년 세입 증대 요구엔 이러한 개별요소보다 심각한 세수난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올해 6043억원도 다 못 걷을 것 같다”면서 “과징금 체계를 연내 손봐도 당장 내년에 적용될 리 없어 과징금 부과액이 늘어나길 기대하기 어렵다. 930억원이나 더 걷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경쟁 유도가 우리의 본래 역할이고 과징금 징수는 부수적인 것인데 정부가 과징금 걷는 걸 주기능으로 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