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가 사랑한 맛집', 그 두 번째는 정통 아메리칸 스타일 스테이크 하우스인 'Butcher's cut(붓처스컷)'으로 정했다.
결혼 후 가장 좋은 점은 마음대로 장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밥보다 고기를 좋아하다보니 모든 음식에 고기를 집어넣는다. 된장국을 끓일 때는 양지머리를 듬뿍 썰어 넣고, 숙주나물을 할 때는 돼지고기를 함께 볶아 넣는다. 또 항상 떨어지지 않는 반찬은 장조림, 제육볶음, 불고기 등 고기 반찬이며 마땅히 내놓을 반찬이 없는 날 가장 좋은 메뉴는 삼겹살구이다.
자타공인 ‘고기 매니아’로 불릴 만한 식성이다.
어느 날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밥보다 고기를 좋아하는 나를 위한 고깃집이 있다는 것이다. 고기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붓처스 컷'이 바로 그 곳이라는 것. 고깃집이라는 표현이 꼭 동네 숯불구이집을 의미하는 것 같지만 '붓처스 컷'은 요즘 떠오르는 핫플레이스 이태원에 자리잡은 정통 스테이크 하우스다.
붓처스 컷의 특징은 드라이에이징(Dry Aging) 과정을 거친 고기를 내놓는다는 것이다.
드라이에이징(건조숙성법)이란 원육 덩어리 그대로 공기 중에 노출한 상태에서 자연 그대로 수분을 증발시키는 육류 숙성 방식이다. 고기의 감칠맛을 살릴 수 있어 최근 많이 선보이고 있는 고기 숙성 방식이다.
이번에도 이투데이 여기자 맛집클럽 회원들이 뭉쳐 ‘붓처스 컷’으로 출동했다.
붓처스 컷은 한강진역에서 이태원으로 넘어가는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투박하면서도 심플한 모습이 붓처스 컷의 스테이크와 닮았다.
식당 안은 이태원의 여느 식당과 마찬가지로 '참' 세련됐다. 벽돌과 콘크리트 소재의 실내는 자칫 차가운 느낌을 줄 수 있지만 목재 가구들과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지면서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여서 친한 친구들끼리 혹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남녀가 오기에 부담 없고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메뉴판을 받아들었다. ‘캐나다산 랍스터’, ‘오솔레 오이스메뉴’, ‘크림 스피티츠’ 깔라마리‘ 등 메뉴는 다양하다. 하지만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고기'다.
스테이크 메뉴를 살펴봤다.
스테이크는 꽃등심, 뉴욕스트립, 티본, 엘본 등 종류와 무게로 기호나 양에 따라 고를 수 있다.
영국 속담 중에 "고기는 뼈에 가까울수록 맛이 좋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맛이 좋은 고기를 맛보기 위해 티본 스테이크를 시켰다. 굽기는 미듐.
붓처스 컷이 자랑하는 드라이에이징 숙성법을 거친 고기도 맛보기 위해 뉴욕 스트립 스테이크도 추가했다. 역시 굽기는 미듐.
몸매에 신경 쓰는 여기자(?)들인 만큼 '다이어트'를 위해 샐러드도 시켰다. 붓처스 컷의 또 다른 인기메뉴인 '콥샐러드'다.
뜨겁게 달궈진 흰 접시 위에 두툼한 고기가 '가니시(요리에 곁들이는 것)'도 없이 '턱'하니 얹어져 나왔다. 철저히 고기 중심이다. 마음에 든다.
이런 센스를 봤나! 고기 위에는 구움 정도에 따라 레어(빨간색), 미듐레어(핑크색), 미듐(흰색), 미듐웰던(노란색), 웰던(갈색)으로 친절하게 구분지어 꽂아주는 소 모양의 픽이 꽂혀있다.
콥샐러드 역시 호탕하다. 닭가슴살, 아보카도, 삶은계란, 베이컨, 치즈, 옥수수, 방울토마토, 각종 채소들이 아무런 꾸밈없이 푸짐하게 담겨 있다.
◆ '붓처스 컷' 평가는
▶문기자 ★★★☆
테이크의 육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1차 웻에이징(Wet Aging) 과정을 거친 뒤, 다시 드라이에이징(Dry Aging)하는 차별화된 숙성법과 오픈에 앞서 3년간 자체 연구해서 개발한 그릴을 사용했다고 하는 구구절절 아름다운 사연이 있었으나 중요한 것은 맛!
고기는 고기로만 말을 해야 한다는 평소 기자의 지론에 가장 부합하는 맛집이다. 좋은 고기에는 어떤 맛좋은 소스도 필요하지 않다.
아무것도 찍지 않고 티본스테이크를 베어 물었다. 입안 가득 고기의 풍미가 채워졌다. 두툼하게 썰어진 고기는 씹는 맛까지 적당히 살아있었다.
콥샐러드는 딱 콥샐러드 맛이었다.
▶박기자 ★★★
너무 진한 고기향이 조금 부담스러웠다. 이 집의 컨셉이긴 하지만 곁들임 채소도 없다는 점도 아쉬웠다. 고기를 먹을때도 채소쌈을 함께하는 한국 사람에게는 조금 낯선 느낌.
콥샐러드는 재료 본연의 맛들이 잘 살아 있어 좋았다.
▶배기자 ★★★★
일단 첫 인상이 강렬했다. 일반 레스토랑에서는 보기 힘든 터프한 플레이팅이다. 커다란 고기 한 덩이가 접시위에 덩그러니 올려져 있다. 평소 가니시를 즐겨먹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큰 불만은 없지만 약간 허전한 느낌도 든다.
뉴욕 스트립 스테이크를 먹어봤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먹는 순간 육즙이 입안에 퍼지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피어올랐다. 고기도 좋았고 굽기도 알맞았다.
▶이기자 ★★☆
붓처스 컷은 정육점 주인이 본인이 먹으려고 남겨놓은 고기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만큼 고기 자체는 훌륭했다. 하지만 요즘 이런 식당은 다소 흔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붓처스 컷 만의 특별함을 느끼기에는 너무 늦게 식당을 방문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