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생선을 구울 때는 생선 배를 따서 내장을 빼고 뼈를 추리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그대로 굽는 거죠. 조금만 들쑤셔도 생선이 부서져 버리기 때문에 쓸데 없이 젓가락으로 이리저리 휘젓지 않고요. 즉 생선이 잘 익을 때까지 가만히 놓아 두고 지켜보기만 하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노자의 정치철학의 핵심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 노자는 가만둠의 정치를 주장했는데요. 나라를 다스릴 때는 일일이 간섭하지 않고 물 흐르듯 놔두어야 순리대로 잘 다스려진다는 그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시장과 정부 둘 사이의 관계적 매커니즘을 두고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의 논박은 하루 이틀 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세계사적인 경제 흐름을 고려해보았을 때 작은 정부도 큰 정부도 어느 하나 완전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진리라고 말 할 수 없는 노릇이고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큰 정부든 작은 정부든 그 둘이 추구하는 바는 하나로 수렴합니다. 바로‘국민 행복’이라는 것이지요. 박근혜 정부는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라는 국정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정부는 어떤 정부일까요? 답은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좋고 나은 삶이기를 바라며 행복을 추구 하며 살아갑니다. 행복의 속성은 여러 차원으로 존재하겠지만 진정한 행복은 개인이 자유롭게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환경적 조건이 갖추어져 있을 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자유로운 시장의 존재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시장은 행복을 욕망하는 인간의 본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공간입니다.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성과를 이룩하고자 하는 합리적 존재로 파악합니다.
합리적인 인간이 모여 각자가 이익을 추구하는 공간이 바로 시장이죠. 재미있는 것은 인간이 발휘한 합리적인 이기심 덕분에 국가가 운영된다는 것이에요. 물론 시장을 그대로 방치했을 경우 생기는 문제도 있긴 하지만 포인트는 자연스럽게 경제가 굴러간다는 데 있습니다.
정부가 정사를 가만히 두지 않아 국가가 도탄에 빠진 일들은 참으로 허다합니다. 가까운 예로 2008년 미국 발(發) 경제위기를 생각해 봅시다. 많은 사람들은 당시 경제위기의 원인을 신자유주의의 탓으로 돌립니다. 하지만 이는 완전히 착각입니다.
자유주의자들은 시장에 대한 규제를 없애고 통화를 묶어 두는 것을 옳게 여깁니다. 하지만2002년 9.11 사태 이후 미국 정부는 시장에 계속 돈을 풀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추가된 괴물이 바로 서브프라임 사태인데요. 즉 시장에 인위적으로 형성된 돈이 넘치는 게 문제였습니다.
서브프라임이란 담보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고 집을 사면 그 집을 담보로 잡는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정부는 어쩔 수 없이 돈을 풀고, 풀린 돈들이 주택으로 홍수 같이 쏟아지면서 주택 버블이 터진 게 된 것이지요.
정부가 사회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시행하는 정책들이 늘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진 못합니다.그 충격의 여파로 세계 경제는 아직도 비탄에 빠져 여기저기서 살려 달라는 함성들만 메아리 칠 뿐입니다. 큰 나라를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시장의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 되어야 합니다.
한편, 생선을 그저 가만 두라는 말을 오해해서는 안됩니다. 옆에서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익숙한 솜씨로 그것이 잘 익도록 도와주는 것. 깊은 관심과 보이지 않는 손길로 나라를 이끌어 가는 고차원적인 정치, 이것이야 말로 이 시대가 지향해야 할 정치 형태가 아닐까요?
시장경제는 우수한 제도지만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필요하지요. 하지만 정부의 역할은 묵묵히 시장경제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기회와 자유를 보장해주는 것까지 입니다. 그 이상의 개입은 자연스러운 시장의 흐름에 역효과를 초래할 것 입니다.
즉, 경제 활성화를 통해 세계화의 파고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시장 규제 영역을 과감히 줄여야 합니다. 시장이 스스로 잘할 수 있는 부분은 민간에게 과감히 넘기고 정부는 시장을 보조하는 역할에만 그치는 것이지요.
노자는 훌륭한 지도자(太上)는 백성들이 임금이 있는 것만 알게 하는 것(下知有之)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의 필요에 따라 공기처럼 드러나지 않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잘 다스려져 백성이 근심 걱정 없이 잘 살아가는 국가는 작은 정부가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백주아(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ㆍ한국선진화포럼(www.kfprogress.org) 홍보대사12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