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활약 한국인 선수들은 연일 승전보를 전하고 있는 반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활약 한국인 선수들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올 시즌 LPGA투어는 14개 대회를 소화한 가운데 9명의 챔피언이 배출됐다. 그중 박인비(25ㆍKB금융)가 5승, 스테이시 루이스(28ㆍ미국)가 2승이다. 누가 봐도 박인비의 독주다.
박인비는 올해 우승한 5개 대회를 제외해도 롯데 챔피언십 공동 4위, 킹스밀 챔피언십 7위 등 매 경기 안정적인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랭킹뿐 아니라 상금랭킹(152만1000달러ㆍ17억5000만원)과 평균스트로크(69.64)에서도 각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박인비는 지난주 열린 아칸소 챔피언십 우승으로 박세리(36ㆍKDB금융)의 한국인 한 시즌 최다승(2001ㆍ2003년 5승)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앞으로 1승만 추가해도 한국 골프역사를 새롭게 쓰게 된다.
게다가 최나연(26ㆍSK텔레콤)과 유소연(23ㆍ하나금융) 등태극낭자군의 에이스 중에는 올해 들어 아직까지 우승이 없는 선수가 많다. 이들이 시즌 하반기부터 우승행진에 가세하면 태극낭자의 LPGA 새 역사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JLPGA투어 활약 한국선수들은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16개 대회 중 2승(전미정ㆍ김나리)이 전부다. 상금랭킹에서도 전미정(7위ㆍ3503만엔)과 이나리(19위ㆍ1986만엔)가 20위 이내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36개 대회 중 10승을 합작하며 5명의 선수가 상금랭킹 ‘톱10’에 진입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특히 올해는 일본의 간판스타 아리무라 지에(26)가 LPGA투어에 진출, 한국선수들의 독주가 예고됐기 때문에 충격은 더하다.
전미정(31ㆍ진로재팬), 이보미(25ㆍ정관장), 안선주(26) 등 간판선수들의 동반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지난해 상금왕 전미정은 올해 요코하마 타이어 PRGR 레이디스에서 우승했지만, KKT배 반테린 레이디스 컷오프, 리조트 트러스트 레이디스 기권 등 좋지 않은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거기에 기대를 모았던 이보미와 안선주, 이지희(34)는 이렇다 할 활약이 없다.
스타 부재도 원인이다. JLPGA투어는 2000년대 중반부터 전미정과 이지희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선주와 이보미를 제외하면 전미정과 이지희의 뒤를 이을 선수가 없는 실정이다. 박인비, 신지애, 최나연, 유소연, 김인경, 이일희 등 매년 걸출한 스타선수들이 탄생하는 LPGA 무대와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아직 시즌 중반인 만큼 판도 예측은 섣부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이신 J골프 해설위원은 “대부분의 국내 선수들은 더운 나라에서 겨울 전지훈련을 치른 후 일본으로 복귀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이 급변하면 몸이 정상적으로 반응하기까지 길게는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며 “매년 일본에서 활약하는 한국선수들이 시즌 초반 부진을 면지 못하는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