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자사의 차입금리를 적용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한진퍼시픽에 수백억원 규모의 외화를 대여해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진해운의 대여금리가 한진퍼시픽이 독립적으로 차입한 외부 금리보다 낮아 저리 지원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지난 24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인 한진퍼시픽에 239억원 규모의 외화를 빌려주기로 결정했다. 만기는 5년이며 적용 금리는 4.5%다.
문제는 한진해운이 한진퍼시픽에 적용한 4.5%의 대여금리가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내부거래 심사지침에 저촉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진해운측은 회사의 가중평균금리를 적용해 한진퍼시픽에 대여를 해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 법인세법은 계열사간 이뤄지는 대여금의 금리가 빌려주는 회사가 외부 차입금들의 가중평균금리 이상이면 부당내부지원으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은 법인세법과 다르게 계열사간 자금거래에 적용되는 정상금리를 산출하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내부거래 심사지침에 따르면 자금을 빌려주는 계열사가 자금을 빌리는 계열사의 외부 금융회사 차입금리보다 저리로 자금을 대여해 줄 경우 부당내부지원으로 보고 있다.
이는 계열사간 자금거래시 적용해야 하는 금리를 빌려주는 계열사의 가중평균금리가 아니라 돈을 빌리는 계열사에게 적용되고 있는 외부금리를 기준으로 산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진퍼시픽의 최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해외금융회사로부터 리보금리에 4.95%를 더한 금리 조건으로 외화를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리보금리가 유동적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한진퍼시픽이 한진해운으로부터 후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이다. 한진퍼시픽은 현재 완전자본잠식상태이며 회사의 신용등급도 ‘B-' 수준이다.
실제 다른 대기업집단 A사는 최근 자사의 가중평균금리를 적용해 그룹 계열사 B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저리 지원 논란이 불거지자 B사의 외부 차입금리를 적용해 다시 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A사 관계자는 "최초 대여 당시 이자율 산출을 위해 회계법인을 통해 산출했지만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부당내부거래 심사지침에 저촉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자율을 조정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