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이 정책금융공사와의 재통합에 사실상 반기를 들었다. 재통합 필요조건으로 정부의 재정 지원을 요구했는데 이는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재통합 반대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현재의 정책금융체제가 바람직하다는 전제하에 이같은 입장을 ‘정책금융개편 태스크포스(TF)’에 전달했다. 산은과 정책금융공사, 수출입은행의 3각 체제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정책금융공사는 산은의 민영화 추진과정에서 지난 2009년 출범했다. 당시 산은은 기업가치를 높여 외부에 지분을 매각하는 민영화를 추진키 위해 약 15조원의 무수익 자산을 정책금융공사에 넘겼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산은 민영화를 백지화하고 정책금융기관 개편 작업을 추진하면서 통폐합의 주도권을 놓고 산은과 정책금융공사, 수출입은행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
산은은 정책금융공사와 재통합시 발생할 재무구조 악화를 우려하며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무수익 자산을 다시 가져와 재무구조가 나빠지는 만큼 증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가 막대한 재원의 추가 투입을 고려치 않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분산된 정책금융 기능을 효율적으로 재편하자는 것이지 거대 정책금융기관의 출현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산은은 정책금융공사와의 재통합시 수출입은행과의 기능 분담 방안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소매금융을 유지하겠다는 입장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산은이 여러 옵션을 걸고 나선 것은 사실상 정책금융기관 재편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정책금융기관 재편 방향과 상관없이‘산은의 맏형론’을 주창하면서 정책금융기관 재편의 중심에 서 있던 홍기택 KDB산은지주 회장 겸 산은 행장이 복심을 드러낸 셈이다.
수출입은행의 행보 역시 변수다. 법정자본금은 2배 가까이 늘리고 사명을 한국국제협력은행으로 변경하는 수은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선박금융공사 설립 문제 역시 특정산업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 지원 문제로 비화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난항이 예상된다.
한편, 정부는 산은·정책금융공사·수출입은행의 업무 중복 조정과 선박금융공사 설립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9월 임시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