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인텔 등 대표적인 글로벌 하드웨어 기업들이 기술력을 갖춘 ‘작지만 강한’ 소프트웨어 업체를 잇따라 집어 삼키고 있다. 하드웨어 만으로는 융복합화되고 있는 최근의 IT산업의 수요 트렌드를 반영할 수 없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의 멀티스크린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사인 모블(MOVL)을 인수했다. 모블은 창업한 지 2년 남짓 된 벤처기업으로 스마트TV용 게임 앱을 서비스하면서 이름이 높아진 곳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미국의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 콘텐트 서비스 업체인 엠스팟을 사들였고 같은 해 말에는 미국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캐싱 소프트웨어 업체인 엔벨로를 인수했다. 엔벨로의 역사는 2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회사 구성 인력 대부분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10년 이상 쌓은 기술력을 보유했다. 이어 올 초에는 삼성벤처투자가 캐나다 보안소프트웨어업체 픽스모의 일부 지분을 인수하기도 했다.
세계 반도체 업계 1위인 인텔도 인수합병을 통해 소프트웨어 회사로 거듭나는 중이다. 인텔은 2004년 반도체 디자인, 자바 등에 대한 연구개발 전문업체인 엘브루스와 유니프로 인수를 시작으로 매년 꾸준히 소프트웨어 업체를 인수해 왔다. 2009년에는 리눅스 소프트웨어 업체로 알려진 윈드리버를, 2011년에는 보안업체 맥아피와 모바일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업체인 텔맵을 인수했다. 작년에는 얼굴인식 솔루션 업체인 올라웍스를 인수했다.
이 밖에 미국 네트워크 장비기업 시스코시스템즈가 최근 인수합병한 10개사 가운데 9개사가 소프트웨어 업체였고, PC사업으로 성장했던 델은 지난해 퀘스트소프트웨어 등 6개 소프트웨어 기업을 인수하며 체질을 바꾸고 있다.
인수합병에 소극적이던 LG전자도 소프트웨어 인수 대열에 합류했다. LG전자는 지난 2월말 HP로부터 모바일 운영체제인 ‘웹OS’를 인수했다. LG전자 CTO 안승권 사장은 “웹OS와 LG전자의 기술력이 만나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LG 스마트 TV의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채승병 수석연구원은 “전통적인 하드웨어 중심 제조기업에게 소프트웨어 융합역량은 이질적이고 까다롭지만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축적해야 할 역량”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