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영업사원들의 떡값 비리 실체가 상세하게 드러나면서 남양유업사태는 걷잡을수 없는 수순으로 치닫고 있다.
8일 이투데이가 확보한 ‘남양유업 지역별 대리점주 상납금액’자료에 따르면 단 3곳의 대리점에서 2004년부터 2012년까지 62차례에 걸쳐 무려 4650여만원의 떡값을 영업지점에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남양유업의 전국 대리점이 1500여개인 것을 감안하면, 대리점에서 9년간 200억원이 넘는 떡값을 영업지점에 건넸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리점주들이 수퍼갑 대기업에 정기적으로 상납하는 것은 조폭들의 조공과 다름없는 수준이다.
서울, 경기, 경남 등 3곳의 대리점주가 폭로한 일명 ‘떡값’의 명목은 매우 다양했다. 물량 밀어내기는 물론, 명절 떡값, 리베이트, 타 대리점 설치비에 지점장의 퇴직전별금 등 온갖 명목으로 떡값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대리점은 서부지점 영업사원에게 2010년부터 2012년까지 11차례에 걸쳐 901만4000원을 건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의 한 대리점 역시 서부지점 영업사원에게 2004년부터 2011년까지 9차례에 걸쳐 1520만원을 건넨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내역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비슷한 명목으로 수십개의 대리점이 서부지점 영업담당에 떡값을 건넨 현황과 천안지점, 제주지점, 경남지점 등에서도 이같은 금품요구 증거자료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떡값 파장은 전국적으로 퍼질 전망이다.
경남 진주의 한 대리점주는 “영업사원의 말을 듣지 않으면 팔리지도 않는 물건을 밀어줘 수익을 자체를 얻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점은 계약기간까지 마음대로 정했다.
원래 계약 갱신기간은 2년 단위. 하지만 지점의 눈밖에 벗어나면 심지어 3개월 단위로 계약 갱신을 강요,결국 계약을 파기하기 일쑤다.
이렇게 되면 대리점을 개설하기 위해 마련했던 배달차량, 냉장시설, 창고전세 등 3000만원 정도의 고정자산은 고스란히 날리게 된다.
또 지점이 대리점에 밀어낸 상품을 팔지못할 경우, 남은 재고물량은 대리점주가 본사에 납부한 물품담보 500만원, 부동산담보 5000만원등에서 정산,피해금액을 고스란히 대리점주가 떠안게되는 구조다.
대리점주들은 대리점 계약 자체가 노예계약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남양유업 전현직 대리점주로 구성된 남양유업대리점연합회 정승훈 총무는 "본사차원에서 영업이 부진하거나 미수금이 발생하면 대리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리점은 또 본사의 어떤 정책이든 무조건 따르게 돼있어, 본사와 대리점이 주종관계처럼 수직형 구조로 엮여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번 사건이 단순히 개인의 소양 부족이 아니라 식품 업계 전반에 걸친 구조적인 폐단이라는 것이다. 16개의 대리점 및 대형유통가맹점을 소유한 정모씨는 “밀어내기, 떡값지급 비리가 어디 남양유업 뿐이겠느냐”면서 “공정위가 조사를 제대로 한다면 살아남을 유통업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 중소상인들의 모임인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행위 혐의로 이달 말 20여개 업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고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이어 “공정거래위원회 등 제3자가 갑을관계에 개입해서 상호간에 합의를 거쳐 표준계약서 등 제도적 장치를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