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부성애 영화라고 했다. 누구는 중년 남성들의 자아 찾기라고 하며 누구는 일종의 사회고발 영화라고도 했다. 영화 ‘전설의 주먹’을 둘러싼 평가는 다양하지만 반응은 하나다. “재미있다”는 것. 뚜껑을 연 극장가에서도 ‘전설의 주먹’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개봉 첫 날 박스오피스 1위로 산뜻한 출발을 했으니.
영화 ‘전설의 주먹’은 학창시절 각 학교 싸움 짱이었던 세 명의 친구가 40대 중반의 가장이 된 이후 TV파이터쇼 ‘전설의 주먹’에서 맞붙게 된다는 내용이다. 덕규(황정민)는 사고 친 딸의 뒷수습을 위해 상금 2000만원을 벌기 위해 링 위에 올랐고, 상훈(유준상)은 회사를 위해 글러브를 꼈다. 지금은 한 물간 삼류 건달이 된 재석도 상금을 노리고 TV 녹화에 참석했다.
‘전설의 주먹’이라는 TV파이터쇼를 둘러싸고 세 명의 남자는 진한 우정을 과시하지 않는다. 다만 어린 시절의 회상을 통해 “그땐 그랬지~” 정도를 읊조리는 세련미가 영화 ‘전설의 주먹’을 이끌고 간다. 이 같은 연출은 강우석 감독 특유의 시크함이기도 하다. 어릴 적 친구와의 재회는 단순히 회상의 통로로 이용된다.
학창 시절 싸움 좀 했던 남성이라면 이 영화를 보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못할 것이다. 그 만큼 남성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작품이다. 덕규, 상훈, 재석 세 인물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동안 힘과 권력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의 부패, 학교 폭력, 승부조작, 상류사회의 부조리 등 각종 사회 문제가 전면에 부각된다. 또한 그 부조리 속에서도 아들, 딸, 가족의 따뜻함에 몸 부비며 버텨나가는 우리네 가장들의 모습도 똬리 틀고 있다.
영화 ‘전설의 주먹’은 아빠와 딸이, 아빠와 아들이 나란히 앉아서 봄직한 작품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또 각자 가슴에 있는 꿈과 희망을 인정하게 할 테니. 아쉽게도 영화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 판정을 받았다. 아빠는 볼 수 있지만 아들과 딸은 볼 수 없는 영화라는 의미다. 그렇다고 장면이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이지도 않다. 미리 영화를 본 입장으로서는 공감이 전혀 되지 않는 관람 등급 심사다. 아빠와 딸이 함께 볼 때 그 의미가 배가되는 작품이 청소년 관람 불가라니…어떻게 해야 하나? 강우석 감독은 말했다. “정말 화나면 영화 개봉해 놓고 심의 재신청 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