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황정민·신하균·이정재 스크린 속 ‘부성애’ 3인 3색

입력 2013-04-0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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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려본 사람은 안다… 피보다 진한 ‘아버지의 눈물’

극장가가 센 놈들 전성시대다. 빨리 달리거나 세게 때리거나, 머리를 잘 사용해서 조금 더 높이 올라가고, 조금 더 강한 자가 되고자 하는 남성들의 혈투가 무서울 정도다.

제목부터 강한 ‘전설의 주먹’ 속 임덕규(황정민)는 어른들의 계략으로 복싱 챔피언의 꿈이 눈앞에서 좌절된 인물이다. 학창시절 소문난 주먹꾼들도 덕규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는 전설 속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혼자서 딸을 키우는 국수집 사장이 됐다. 챔피언을 가리는 TV파이트쇼 ‘전설의 주먹’ 섭외 요청을 단번에 거절하지만, 딸이 저지른 사고 수습을 위해 돈이 필요했던 그는 상금을 타려고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다. 사각의 링 위에서 터지고, 넘어지면서 점점 강해지는 그는 결국 복싱 챔피언의 꿈과 다시 마주하면서 전설이었던 주먹을 단련해 간다.

‘런닝맨’ 속 차종우(신하균)는 평범한 삶을 살던 30대다. 어느날 우연히 살인 사건에 연루돼 누명을 쓰고 도망만 다니던 그가 억울함을 견디지 못하고 쫓아오는 이들에게 맞서게 된다. 경찰, 국정원 그리고 정체 모를 괴한들에게까지 쫓기던 종우의 반격은 만만치 않은 에너지로 쫓던 놈들에게 타격을 준다.

그런가 하면 이미 개봉해 4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신세계’ 속 이자성(이정재)은 주먹보다 머리가 강한 놈이다. 범죄조직인 골드문이 기업형 조직으로 세력을 확장하자 신입경찰 자성은 조직에 직접 투입돼 잠입 수사를 한다. 시간이 흐른 뒤 조직의 넘버3에서 결국 보스 자리에까지 오르는 자성의 행보는 조직과 경찰 모두 막아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달리거나 때리고 혹은 머리를 써서 점점 더 강해지는 세 영화 속 캐릭터들을 점점 더 강하게 하는 것은 부성애다.‘전설의 주먹’ 속 덕규가 서바이벌 프로그램 ‘전설의 주먹’에 참가하게 된 모티브는 강력한 부성애였다. 사고 친 딸의 뒷수습을 위해 돈이 필요했던 그는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던 과거 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들었다. ‘런닝맨’의 종우 역시 아들 기혁(이민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누명을 벗기로 한다. 이 때문에 강력한 상대와 맞서며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을 펼치게 된다. ‘신세계’ 속 자성을 비열하게 변모시킨 것은 경찰의 음모로 인해 뱃속에서 잃은 자식 때문이었다. 자식을 잃은 아버지는 신분조차 망각한 채 무조건 강해지기를 원했다.

각기 다른 형태로 영화 속 강한 캐릭터가 됐지만 원인은 하나인 이들의 세기는 가늠할 수 없다. 부성애는 어떤 모티브보다 캐릭터에 강한 힘을 실어줘 극 내용을 거침없이 질주하게 한다.

영화 ‘전설의 주먹’ 제작사 CJ엔터테인먼트 영화사업 부문의 박루시아 과장은 “엄마는 여자보다 강하다는 말처럼 아빠는 남자보다 강하다는 이야기가 ‘전설의 주먹’에 부합하는 것 같다”며 “부성애가 임덕규라는 캐릭터를 보다 더 강하게 이끌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게 하는 동기 역시 딸에 대한 사랑이기 때문에 임덕규는 강하고, 더 강해질 수밖에 없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 속에서 생애 가장 절박한 순간에 내몰린 가장의 모습이 강해지기 위한 모티브로 부성애가 사용되는 것은 적절하다. 이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중장년 남성 관객들의 커다란 공감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결국 세 편의 영화는 달리는 놈, 때리는 놈, 머리 쓰는 놈을 모두 아우르며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아빠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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