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대립과 갈등을 이어가면서 산적한 현안엔 손도 대지 못한 채 2월 임시국회를 마치게 됐다. 앞다퉈 약속했던 쇄신은 온데간데없이 식물국회라는 점만 재확인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여야는 이번 임시회를 개최할 8가지 사안에 합의했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및 37건의 부수법안 처리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 △정치쇄신특위 등 4개 비상설특위 구성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특위 및 쌍용차 여야협의체 가동 △택시법 개정안과 정부 대체입법안 검토 등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지켜진 건 사실상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뿐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다른 현안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탓이다. 정치쇄신특위를 비롯한 4개 비상설특위의 특위 구성은 본회의 의결조차 안됐고, 나머지 합의사안도 무산됐다.
특히 정치쇄신은 지난 대선과정부터 제기된 화두였으나 그 이후론 사실상 손을 놨다. 국회의원 겸직과 영리활동 금지, 국회의원연금 폐지, 세비 삭감 및 불체포특권·면책특권 축소 등 선거 전 여야가 한목소리로 내놓은 약속들의 후속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새누리당 김영주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마저 무산시킨 건 쇄신 의지가 있는 것인지조차 의심케 한다.
쌍용차 문제와 관련해선 여야가 국정조사 여부를 두고 1월 내내 기싸움 끝에 협의체에서 논의키로 합의하고도 협의체 구성만 한 뒤 일체 가동하지 않았다.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 역시 조사범위를 둘러싼 줄다리기를 거쳐 합의했음에도 정각 국정조사특위 모임은 한 번도 열지 않았다.
택시법 처리를 위한 해결책 모색 등 민생현안이 뒷전으로 밀린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민주당은 반성해야 한다”며 민주당을 탓했고, 민주당은 “쌍용차 국조 등 새누리당이 의지가 없다”며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했다.
이처럼 여야가 ‘네 탓’ 공방을 벌이며 구태를 반복하는 사이 민생 현안은 또 다시 3월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