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시사회가 끝난 후 여기저기서 터져나온 질문이었다. 지난 21일 영화 ‘베를린’ 언론시사회가 있었다.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붐비는 시사회 현장이 대변했다. 그러나 영화가 끝난 후 기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다양한 반응 중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액션은 볼만했다” “화면은 멋있었다” “스토리가 약하다” 세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겠다.
순수 제작비만 100억 원이 투입된 초대형 액션 프로젝트 ‘베를린’이 세간에 공개되는 순간, 액션으로 필모그라피를 쌓아온 류승완 감독조차도 “너무나 떨린다”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제작비 규모도 그러하거니와 캐스팅 면면이 관객들의 기대를 모은 탓이다. 여기에 액션의 대가 류승완 감독이 명실공이 국내 최고 무술감독 정두홍과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해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데 영화 팬들은 기대 어린 시선을 거둘 수 없다.
뚜껑을 연 ‘베를린’은 아쉽게도 관객과의 호흡을 염두에 두지 않은 듯 보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선사하는 총격 액션, 카체이싱, 와이어 액션 등은 화려한 볼거리를 주지만 일방적이다. 스토리 전개는 빨라서 긴박하게 흘러가지만 관객을 지나치게 앞서간다.
영화는 최고 실력의 북한 요원 표종성(하정우)이 무기거래를 시도하다가 남한의 국정원 요원 정진수(한석규)에게 들키면서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다. 그 와중에 동명수(류승범)는 집안의 이익을 위해 표종성에게 누명을 씌워 궁지에 몰아넣기에 여념이 없다. 표종성과 리학수(이경영) 련정희(전지현)를 둘러싼 음모와 누명, 무기거래, 정진수의 추격 등이 과도하게 버무려지면서 이야기는 관객으로 하여금 맥없이 흐름을 놓치게 한다.
‘베를린’은 캐릭터가 돋보인 영화이기도 했다. 실력파 배우들의 집결만큼이나 그들의 호연 감상 또한 영화를 구성하는 큰 요소로 자리 잡았다. 특히 하정우의 책임감 있으면서도 절제된 첩보연기는 ‘역시~’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류승범의 고삐 푼 악역 또한 영화의 긴장감을 끌어 올렸다.
극 말미 현지 무기거래 조직으로부터 탈출하는 과정에서 총을 맞은 련정희를 끝내 끌어안은 표종성은 보는 이까지 무겁도록 련정희를 들쳐 업고 갈대숲을 헤쳐 나간다. 그 모습은 마치 배우 하정우의 연기력으로 상대역 전지현을 업고 가는 듯 한 인상을 주었다. 전지현은 스스로 캐릭터의 답답함을 토로하기 전에 캐릭터를 이끌고 나갔어야 했다. 절제와 답답함은 다르다. 전지현 스스로가 캐릭터를 끌고 나갔다면 “캐릭터 때문에 답답했다”는 토로보다는 “절제된 캐릭터를 만들고자 예민해졌었다”는 멘트가 나왔을 겄이다.
이 영화의 티는 욕심 낸 스토리와 전지현의 맥없는 연기였다. 이 두 가지가 영화의 입소문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