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50초만에 전력생산”… 전력수급 ‘최후의 보루’ 양양양수발전소

입력 2013-01-2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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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9m 동양 최대 낙차, 발전효율 80%… 3분 만에 최고 출력 도달 가능

▲양양양수발전소의 지하발전소 내부 전경.

“양수발전소는 전력 수급의 3분 대기조입니다. 우리나라 전력수급의 최후의 보루나 마찬가지죠. 올 겨울철 전력난에 양수발전소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18일 오후 강원도 양양군 남대천 인근 양양양수발전소. 발전소 사무실에서 만난 윤봉중 발전소장은 양수발전의 역할에 대해 이 같이 강조했다. 국내 전력을 대부분 담당하는 원자력이나 LNG, 석탄발전과 비해서도 중요성이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양수발전소는 전력수요가 적은 밤과 새벽 사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를 사용해 하부 댐에 있던 물을 상부 댐으로 끌어올린다. 이어 오전 10시~12시 등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시간에 전력을 생산, 공급한다. 특히 25만kW 발전기 4대를 돌리는 양양양수발전소는 총 발전용량 100만kW를 자랑한다. 이는 국내 양수발전소 7곳 중 최대 용량이다. 전력변환 효율은 약 80% 정도. 이는 해외 양수발전소에 비해서도 상위급에 속한다.

윤 소장은 “지난 9·15 순환단전 당시 마지막까지 이를 막았던 것은 양수발전이었다”면서 “9·15 때도 양수발전의 발전 원료인 물이 다 떨어지면서 순환단전까지 이어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원전의 경우 가동을 시작한 뒤 24시간이면 최고 출력을 얻을 수 있다. 화력은 5시간, 복합화력은 1시간30분 정도다. 하지만 양수발전은 불과 150초만에 전기를 생산하고 약 3분 만에 최고 출력에 도달한다. 언제든 시급할 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양수발전이 국내 전력수급의 ‘최후의 보루’로 불리는 이유다.

실제 김균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올 겨울 모든 양수발전소에 ‘특명’을 내린 바 있다. 때 이른 한파에 원전가동 중단까지 겹쳐 아슬아슬한 전력 수급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양수발전소가 전력수급 안정화를 위해 본연의 업무를 차질 없이 진행하라는 특명이었다.

윤 소장의 설명을 듣고 양양양수발전소의 핵심인 지하발전소로 향했다. 지하발전소는 긴 터널을 통해 약 2km를 들어가면 들어설 수 있다. 발전소 전체는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어 직원들 사이에선 전쟁 시에도 웬만한 폭격엔 견딜 수 있을 것이란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다. 이곳엔 발전기 4대와 12개의 변압기가 설치돼 있다.

▲지하발전소에서 분당 600번 회전을 하고 있는 발전기. 양양양수발전소엔 총 4기(1기당 25만kW)가 돌아가고 있다.

발전기는 분당 600번의 회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한다. 다만 시끄러운 굉음에 비해 크기는 비교적 작은 편이었다.

양양양수발전소 서강용 차장은 “보통 발전기 수차는 1단으로 돼 있는데 양양양수발전소는 2단짜리를 쓰고 있어 발전기 자체의 크기도 비교적 작은 편”이라며 “연속 8시간을 돌릴 수 있으며 2단짜리 수차를 사용해 효율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양양양수발전소는 또 819m의 동양 최대 낙차로도 유명하다. 낙차가 크면 클수록 확보 가능한 위치에너지에서 차이가 나 발전효율이 좋을 수밖에 없다.

발전소 내부에서 근무 중인 인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서 차장은 “양수발전소의 경우 현장 인력은 거의 없고 대부분 1층 제어실에서 모니터링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수발전은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규모 정전사태 발생 시 발전소 발전을 재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전력을 공급해주는 역할이다. 때문에 양양양수발전소는 연속 8시간까지 발전기를 돌리되 만약의 사태를 대비, 1시간의 여유분을 남겨두고 있다.

서 차장은 “전체 전력이 사라졌을 경우 가장 빠르게 전기 생산이 가능한 양수발전이 ‘불쏘시개’ 역할을 담당한다”며 “생산된 전기는 인근 가스터빈 발전소에 공급돼 전기 생산 지원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지하발전소를 나와 하부 댐(영덕호)으로 이동했다. 상부 댐(진동호)에서 하부 댐까지의 거리는 약 6.2km. 하부 댐엔 약 1000만톤의 물이 항상 유지되고 있다. 일정량 이상으로 물이 불게 되면 수문을 이용해 방류하게 된다. 수문을 갖춘 것도 국내 양수발전소 중 유일하다. 또한 하부 댐엔 1만4000kW의 전기를 생산하는 소수력발전소와 생태계 파괴를 방지하기 위한 어로(漁路)도 구축돼 있다.

윤 소장은 “양양양수발전소는 생태계 보전 등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며 “3분 특공 대기조란 이름에 걸맞게 올 겨울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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