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ICT(정보통신기술) 전담부처 설립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라는 매머드급 부처에서 ICT업무를 담당키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날 행사에서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이 ICT 전담부처 신설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오히려 머쓱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지난 5년간 방송통신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제대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 조직이 부처 이기주의로 욕심만 냈다는 지적이다.
ICT 전담부처의 필요성을 방송통신위원회와 학계는 지속적으로 주장했지만 결국 박근혜 당선인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했다.
일각에서는 아직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하는 절차가 남았다며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인수위의 조직개편안이 국회에서 뒤집혔던 전례가 드물었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미래창조과학부의 기능은 당초 발표내용대로 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에 따라 국회도 상임위원회 업무를 조정해야 한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가 기초과학은 물론 산업기술 연구·개발(R&D)과 융합연구지원, 지식생태계 조성, 미래전략 수립, ICT 총괄 등 너무 많은 업무를 담당함에 따라 이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국회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19대 국회에서 가장 큰 상임위는 국토해양위로 31명의 상임위원이 국토해양부 업무에 대한 감사기능을 담당한다. ICT 업무 중 일부만 담당하는 방통위만 해도 30명의 상임위원을 두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토해양부보다 덩치가 훨씬 큰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보다 적은 인원으로 견제를 해야 할 상황이다.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라 정부부처가 증가해 해당 상임위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산업이 융복합된 상황에 미래창조과학부와 같은 컨트롤타워의 잇점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행정부의 효율성만을 내세우다보면 간과하게 되는 부분이 생기게 마련이다.
300명의 국회의원들 중 ICT와 R&D 등의 지식을 갖춘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일부 의원들의 경우 복수의 상임위에 속하다보면 미래창조과학부를 제대로 감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렇다보면 국회의 가장 주요한 기능인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이 약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몽테스키외가 주장한 삼권분립론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이자 행정부의 수장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대통령의 입김이 입법부에까지 미치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정부조직 개편은 지나치게 효율성만을 고려했다는 생각도 든다.
ICT 전담부처 설립이 행정력의 효율성과 국가권력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