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정부가 반세기 만에 해외여행 자유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했다.
쿠바정부는 14일(현지시간) 여권을 가진 쿠바 국민이면 누구나 정부 허가증·해외초정장 등 까다로운 절차 없이 해외로 출국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간소화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1959년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사회주의 국가를 선언한 쿠바 혁명 뒤 54년 만에 해외 여행길이 다시 열린 셈이다.
이번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는 2006년 형인 피델 카스트로부터 사실상 권력을 이어받은 라울 카스트로의 개혁조치 중 하나로 50여 년 단절의 빗장을 푼 혁신적인 조치라는 평가다. 쿠바 정부는 이번 규제 완화로 해외여행이 늘어나 국외 장기 체류자들의 해외 송금 등 외화 유입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출국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 여전히 남아있어 완전한 ‘자유화’가 아니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규정을 근거로 이제까지 반정부 인사들과 국가 정보를 다뤘던 고위 공무원, 전문직 종사자들은 여전히 해외여행의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미화 100달러에 달하는 여권 발급 비용은 월평균 수입이 20달러 남짓인 쿠바인들에게 부담스러운 액수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이번 해외여행 규제 완화 조치가 반쪽자리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반정부 단체인 ‘백의의 여인들’의 회장 베르타 솔레르는 “정부가 결국에는 해외여행 가능 여부로 국민을 분류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조치의 실효성에 대해 비판했다.
대외적으로는 이번 조치 때문에 앞으로 미국과 불법 이민자가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자국 영토로 온 쿠바인들이 거주를 원하면 거주를 허용해왔으며, 현재 미국 플로리다에만 쿠바 이민자 10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여러가지 비판과 우려 속에도 정부의 해외여행 규제 완화 조치로 이날 쿠바 수도 아바나에 있는 여행사와 이민청에는 대기 행렬이 이어졌으며 외국 대사관에도 방문비자 관련한 문의전화가 쇄도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