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11일 나란히 발표한 대선 정책공약은 큰 틀에서는 비슷하지만 각론에서는 차이가 많다.
경제분야에서 두 후보는 경제민주화에 촛점을 맞췄다. 재벌개혁과 중소기업, 골목상권 보호 등이 두 후보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다. 두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에 집중하다보니 이번 종합공약에서 ‘성장’이 빠졌다.
단일화 협상의 전제조건인 정치개혁에서는 기성 정치권의 기득권 내려놓기와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근절 등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지만 중앙당 폐지, 국회의원 정원 축소, 정당개혁 등에서 입장차를 보였다.
복지에 관한 한 두 후보 모두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지만 이번에 나온 공약만 놓고 보면 문 후보가 더 구체적이다.
단일화 협상을 벌이는 두 후보가 이번 주부터 정책연대를 위한 실무협상을 벌이는 두 후보가 이날 내놓은 종합공약에서 나타난 간극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재벌개혁 핵심은 현 재벌의 소유와 지배구조에 대규모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결제력 집중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문 후보는 기존에 제시했던 순환출자금지,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금산분리 강화, 지주사 요건 강화 등 4대 방안을 중심으로 경제민주화를 이뤄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구체적으로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기존분 3년 내 해소, 미이행시 해당 출자분 의결권 제한 △공기업 제외 10대 대기업 집단에 대해 순자산 30%까지 출자총액제한제 재도입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상한선 하향(200% →100%) △산업자본 은행 지분 소유한도 4%로 축소 △비은행지주회사의 비금융(손)자회사 등 강력한 재벌개혁 방안을 내세웠다.
재벌의 ‘반칙’에 대한 책임강화와 기업범죄에 대한 사면과 집행유예를 제한하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이어 △부당지원으로 이득을 얻은 계열사에도 과징금 부과 △부당이익을 얻은 총수일가에 대한 과세 강화 △공정거래법과 하도급 위반행위 전체에 대해 3배 배상제 도입 △집단소송제의 대상 확대와 요건 완화 등을 제시했다.
안 후보는 이번 공약집에서 기존의 재벌개혁 7대 과제를 그대로 내놨다. 7대 과제는 △편법상속·증여, 일감 몰아주기, 골목상권 침해 방지 △총수 등 특수관계인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제재 강화 △금산분리 강화 △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규제 강화 △재벌 지배구조에 대한 통제 강화 △일반 집중 폐해 시정과 시스템리스크 관리 등이다.
편법 상속·증여에는 과세를 강화하고 계열사 부당지원과 일감 몰아주기의 경우 수혜기업의 부당이익을 환수키로 했다. 중소기업·자영업 분야에 대해선 재벌 계열회사의 진입을 제한하기로 했다.
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개정해 일정 금액 이상의 횡령과 배임을 저지른 총수 등에는 처벌을 강화하고 총수 등 임직원의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선 과징금을 부과키로 했다.
금산분리와 관련해선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9%에서 4%로 축소하고 지주회사 규제를 강화해 계열사의 지주회사에 대한 출자를 제한할 계획이다.
재벌 지배구조에 대한 통제 방안으로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 대표소송제 도입, 연기금 주주권 행사 강화 등을 제시했다.
재벌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시스템 리스크를 관리하고 국민경제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해 ‘계열분리명령제’ 도입을 단계적으로 검토키로 했다. 안 후보는 대통령 직속 재벌개혁위원회를 설치, 재벌개혁의 추진력을 확보하고 재벌정책 전반을 총괄할 방침이다.
문 후보와 안 후보 모두 금융정책과 금융감독기구의 분리에 한 목소리다. 문 후보는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분리하고 금융소비자 보호 전담 독립기구를 설립하는 안이 핵심이다. 구체적인 개편안은 내놓지 않았지만 국내금융정책과 국제금융정책의 통합, 정부조직개편을 통한 견제와 균형, 금융감독기구의 관료적 독점 방지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 등의 원칙을 적용해 세부 내용을 정할 계획이다.
안 후보는 금융위원회의 금융산업 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 업무는 금융감독원에 맡기기로 했다. 금융감독원도 ‘금융건전성감독원’과 ‘금융시장감독원’으로 분리토록 했다. 금융건전성감독원은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 금융시장감독원은 시장규제와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를 각각 맡는다.
대신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금융감독 유관기관과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합의제 행정위원회인 ‘금융안전위원회’를 신설할 계획이다.
금융소비자 보호방안으로는 두 후보 모두 금융소비자 보호법을 제정해 이자율 상한을 25%로 제한하기로 했다.
문 후보는 이자제한법, 공정대출법, 공정채권추심법 등 ‘피에타 3법’을 재정하고 ‘신용기회 차별금지’를 법제화 하기로 했다. 이밖에 가산금리와 수수료, 불완전 판매 등에 대한 규제강화 방안도 내놨다.
안 후보는 ‘금융소비자보호기금’을 도입, 금융기관 파산시 위법한 영업행위에 따라 발생한 금융소비자의 손실을 일정 한도까지 보상하는 한편 소액 금융분쟁 사건에 대한 ‘소액분쟁 조정전치주의’, 금융소비자 피해에 대한 집단소송제를 각각 도입하기로 했다.
중소기업과 서민 금융강화를 위해 문 후보는 중소기업 자금경색 등 금융애로를 해결할 '신용중재센터' 설립을 약속했다. 또 한국판 '지역재투자법' 제정과 우리금융 민영화 시 지방은행 분리매각 추진, 지방은행 없는 지역의 지방은행 설립 지원, 산업은행 민영화 중단 등의 공약을 내놨다.
안 후보는 ‘혁신친화적 금융산업구조 정착’을 목표로 창업가 또는 예비 사회적기업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시장 제도를 도입하고 ‘소액창업투자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기업과 영세 자영업을 지원하기 위해 ‘사회투자금융공사’를 초기 자본금 5000억원으로 설립, 연차적으로 총 5조원의 투자자금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복지 공약’ 다른 생각 = 문재인, 안철수 후보 모두 보편적 복지라는 기본 입장은 같지만 문 후보는 즉각적인 보편적 복지를, 안 후보는 단계적 보편적 복지를 주장한다. 이런 차이 때문에 문재인 후보의 복지 공약이 보다 구체적이고 광범위하다.
두 후보는 0~5세 무상보육에는 동의한다. 문 후보는 여기에 6세 의무교육화를 추가했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과 관련해서는 문 후보가 이용아동수 기준으로 40%로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안 후보는 30%를 제시했다.
문 후보와 안 후보 모두 기초노령연금도 오는 2017년까지 현재의 두배 수준인 최대 18만원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연간 환자 본인부담금에 대해서는 문 후보는 100만원 상한제를 실시하겠다고 한 반면 안 후보는 국민적 동의를 바탕으로 실시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안 후보는 대신 국민건강보험 비급여항목의 단계적 급여전환과 입원 진료비 본임부담률 최소화 방안을 찾기로 했다.
문 후보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서비스 대상자를 2017년까지 전체 노인의 10%까지 확대하고 장애인등급제 폐지도 약속했다.
안 후보는 절대빈곤층에 해당하는 최하위 5% 소득층에 대한 건강보험료 면제, 노인 틀니의 보험급여 연령을 현행 75세 이상에서 65세 이상으로 하고 본인 부담금 비중도 현행 50%에서 30%로 경감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장애인등급제 폐지를 약속했다.
문 후보는 임신·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불임·난임부부 검사와 의료비 전액 지원 △고령산모 추가 필수검사 전액 지원 △공공산후조리원 설치 △뇌수막염 등 필수예방접종 항목확대와 13세 미만 아동 필수예방접종 무상제공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