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하고 환율이 급락하는 등 ‘L자형 저성장’ 우려가 커지면서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장 엔진이 한번 꺼지면 좀처럼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늦어서는 효과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 안팎에서 적극적인 재정 투입을 통한 강도높은 경기부양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특히 연말까지 경기 침체 국면이 이어지고 12월 새 정권이 들어서면 경기부양을 위해 추경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시각도 많다.
◇3분기 성장률 1.6%↓…“적극적 재정 투입 주문” =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9일 제7차 중장기전략위원회에서 “단기적인 수요 진작을 넘어 근본적인 성장잠재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제성장 엔진이 냉각되고 있음에도 당장 추경과 같은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은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균형재정 도그마에 갇혀 경기침체에 안일하게 대처하는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재정부 안팎에서도 추경 편성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2%, 작년동기에 비해서는 1.6%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당초 상반기 침체, 하반기 회복하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정부 기대와는 달리 경기 전망이 ‘상저하저(上低下低)’로 치닫자 우리 경제가 이미 ‘L자형’ 장기침체의 터널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정을 더 풀어 경기를 빠르게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탄력을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되자 연내 추경도 불가능하지 만은 않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가 연내 추경 편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이유는 효과가 없고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추경을 요구하는 정치권은 지난 10년간을 보면 10~11월에 추경을 편성한 적이 사례가 많다는 점을 들어 압박의 고삐를 죄고 있어 분위기는 반전될 수 있다.
재정부 관계자도 “그동안 추경을 하지 않았던 것은 국가재정법상 (추경)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경제상황이 더 나빠져 추경이 본격 논의된다면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11월 추경편성 사례 적잖아…연내 편성론 기대감↑ = 실제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 9월 국회 의결을 거쳐 하반기에 4조 6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했다. 이에 앞서 2000년과 2001년에도 10월말에 각각 2조2623억원, 1조6440억원의 추경 편성안을 국회에 제출해 경기를 떠받쳤다.
전문가들도 추경 편성론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30일 ‘2013년 및 중기 경제전망ㆍ재정분석’보고서에서 “내년에도 경기가 빠르게 회복지 않고 정부보유주식 매각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세입확보에 차질이 빚어져 추경 편성 조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 거시경제실장도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면 뒤늦게 경기부양을 해도 경제활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정부 예상대로 3분기에 저점을 찍더라도 4분기에 경기가 회복되지 않아 불안심리가 유지된다면 소비와 투자, 고용의 선순환 구조를 되살리기 위한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추경인 논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선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설 경우 추경 가능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최근 ‘수정이 필요한 2013년 예산안’이란 보고서에서 “정부의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은 여전히 비현실적”이라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 보다 현실적인 가정과 부양책을 포함하는 추경이 편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