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용의 머니전쟁]하따와 하풀

입력 2012-10-24 11:49 수정 2012-10-24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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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기 따라잡기’(일명 상따)만큼은 아니지만 ‘하한가 따라잡기’(일명 하따) 역시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투자 기법 가운데 하나다.

투자자들이 투자 위험성을 알면서도 ‘하따’에 나서는 이유는 영화 <작전>에서 ‘주식 살인마’ 우 박사가 언급했던 “바닥 친 주식은 반드시 오른다고 믿는 바보 심리”에서 비롯된다.

주식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이용한 투자법으로 매우 위험하지만 일각에선 단기 매매로 수익을 내기에 적합하다는 이들도 꽤 많다. 실제로 빠른 매매 스킬과 판단력을 보유한 투자자라면 ‘쩜하’(장 시작과 동시에 하한가) 행진을 거듭하는 주식이 하한가가 풀리는 순간에 매수해서 3~5%대의 수익을 거두기도 한다.

문제는 하한가가 풀리는 이유가 저가메리트가 부각되면서 시장에서 반응한 것인지 세력에 의한 인위적인 장난(?)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달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으로 급락한 M사,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진 H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전체거래량과 하한가 잔량, 하한가가 풀린 이후의 투자패턴을 종합하면 이들 종목들에 ‘하한가풀기’(일명 하풀) 세력들이 개입한 정황이 꽤 많다.

하풀 세력은 보통 팀 단위로 활동하는 불법 전문조직으로 최근 금융당국의 시세조정 단속이 강화되면서 부업차원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게는 종목의 난이도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투자 원금 보존과 함께 수억 원 대의 수고비가 지불된다고 한다. 여기에 추가로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는 만큼 꽤 쏠쏠한 돈벌이인 셈이다.

수법은 간단하다. 시기적으로는 전날 미국시장이 올라서 상승장으로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하한가 매도 잔량이 누적될 가능성이 큰 만큼 시초가부터 시작하는 게 여러 면에서 성공 확률이 높다. 하한가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대규모로 매입하면 잔량이 줄어들게 된다. 이를 하한가 탈출 신호로 여긴 개인들이 경쟁적으로 추격 매수에 나서게 되면 하한가의 족쇄가 본격적으로 풀리게 된다.

물론 이들 작전세력은 주가가 기대 수준만큼 급등했다고 판단되면 매수한 주식을 팔아치우고 빠져나오는 만큼 급락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들에게 돌아간다.

작전세력을 동원한 고용주 입장에서는 거액이 소요되지만 일단 주가의 추가 하락을 막아 평가 손실액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매일 평가액이 15%씩 줄어드는 것을 보느니 차라리 돈을 써서라도 추가 하락을 막는 게 낫다는 계산이다. 특히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는 큰 악재로 회사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면 반등 시점에서 보유 주식을 매각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릴 수 있다. 물론 여기서도 ‘개미’들만 죽어난다.

이유 없는 무덤 없듯이 악재 없이 저절로 하한가로 치닫는 종목은 없다. 단 몇 %의 이익을 올리려고 ‘쩜하’의 수렁으로 굴러떨어질 위험성이 높은 종목에 들어가는 것은 미련한 투자임에 틀림없다. 공짜 점심은 절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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