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글로벌 조선ㆍ해운 경기침체로 국내 유력 조선업체들의 수주량이 전년의 절반에 그쳤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빅3’ 조선사들의 상반기 수주액은 3사를 합쳐 173억달러. 수주 규모는 48척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351억9000만달러(141척)와 비교해 50.8% 감소한 것이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기에 대비해 수주에 전력을 기울였으나 글로벌 불황을 이겨내는 데 역부족이었다. 수주량이 반토막나면서 마른 수건마저 짜야 할 판국에까지 이르렀다.
조선업계의 특성은 여느 기업과 다르다. 전자와 자동차 업계는 향후 매출과 판매 추이를 분석하고 고민한다. 반면 조선업계는 뻔한 미래를 알면서 눈앞의 선박 건조에 나서야 한다. 업계 순위를 나누는 ‘수주 잔량’ 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는 것도 이런 이유다.
건조 예정 선박이 줄어들면서 글로벌 조선업계를 주도했던 한국 기업은 점진적으로 수주 방향을 선회하기도 했다. 기술력이 부족하고 관련 인프라가 모자란 중국 조선업계의 전처를 따르는 모습이었다. 이른바 ‘저가수주’다. 살아남기 위한 처연한 전략이었다.
작년 상반기 실적이 가장 좋았던 현대중공업은 올 상반기 49억3000만 달러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삼성중공업은 65억 달러, 대우조선해양은 58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이들의 수주액 가운데 유럽 비중은 57.5%로 절반을 넘었다. 그러나 올 상반기에는 39.9%로 떨어졌다. 유럽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유럽 선주사들의 발주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주저앉아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힘든 상황 속에서 해양플랜트와 특수선 수주에 연이어 성공하고 있다. 각각 자사의 주력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들면서 불황의 저점 통과를 대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초 일본계 호주 자원개발업체인 INPEX와 해양가스처리설비 CPF를 작년 매출의 25%에 해당하는 27억3000만달러에 수주했다. 수주액에서 해양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65%에서 90%까지 늘어났다.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은 LNG선과 LNG-FSRU(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설비)를 포함해 반잠수식 시추선 등 특화 선박과 설비에 주력하고 있다. 조선업계 가운데 가스선 수주에 집중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단순한 벌크선에 머무르지 않고 드릴십과 가스선 등으로 선종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대우조선 역시 창사 이래 처음, 삼성중공업에 이어 두 번째로 LNG-FPSO 수주에도 성공하는 등 LNG 관련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에 나서고 있다.
올해 25척·기, 총 104억3000만 달러 상당의 선박과 해양 제품들을 수주했다. 당초 올해 수주 목표인 110억 달러의 약 95%를 달성한 상태다.
국내 최초의 철강 조선사인 한진중공업도 치열해진 국제 경쟁과 중국 조선소의 추격을 극복하기 위해 고기술·고부가가치선 건조 능력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2009년부터 재정비에 나선 부산 영도조선소 업그레이드 작업을 마쳤다. 특수목적선 및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조선소로 거듭나기 위해 리모델링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해양플랜트 시장에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회사측은 최근 해양 플랜트 부문이 확대되면서 단기적인 수주 주력이 아닌 중장기적인 성장 과제로 삼았다.
이처럼 장기적인 불황 속에서 국내 조선업계는 위기 탈출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더하고 있다. 부가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글로벌 경쟁사와의 차이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전략도 기술력과 품질을 앞세운 덕이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과 중공업의 특성상 수주 잔량은 향후 일감을 나타내는 것으로 단순한 계획을 넘어서 회사의 미래와 직원의 사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며 “경기침체가 지속되는한 다양한 해양플랜트와 고부가가치 선박과 선종을 중심으로 수주가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