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서모씨(여. 32세)는 최근 만기가 된 적금 1000만원을 원자재 펀드에 투자하려고 맘먹었다. 8월 들어 원유나 금 등 주요 원자재의 가격 급등으로 투자전망이 밝아 보였기 때문.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원자재 펀드 누적 성과가 마이너스라 고민에 빠졌다. 변동성이 커보이는 원자재 펀드에 지금 투자해도 좋을까?
올 초 까지만 해도 강세를 보이던 원자재 가격은 4~5월 유로존 변수 등 대외적 불안에 따라 농산물을 제외하곤 대다수 약세를 보여 투자자들이 애간장을 졸였다.
그러나 이 달 들어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개선되고, 달러화 가치도 하락하면서 금을 비롯 곡물, 원유 등 주요 원자재값도 반등세를 보였다.
일부는 연초 대비 누적 수익률이 아직 마이너스를 기록중이지만 최근 전체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터라 원자재 펀드를 공략하기 위한 투자 전략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에 펀드 전문가들의 투자 조언을 통해 원자재 펀드를 공략하는 포인트를 짚어봤다.
◇상품가격 상승시동...펀드 누적 성과는 아직 부진
원자재 펀드의 변동성이 커진 이유는 올 들어 유럽을 비롯한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의 이벤트성 이슈에 워낙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부터 유럽 위기와 미국의 주요 지표 약세, 중국의 경기 둔화 등 거시적인 경제 환경이 워낙 안 좋게 나와 주요 원자재값도 직격탄을 맞을듯 줄줄이 떨어졌다.
원자재 펀드의 누적 성과 측면에선 양극화를 보이는 상태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대비 원자재 펀드 평균 성과(-7.38%)는 8월21일 현재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3.15%)보다 훨씬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개별 펀드별로 살펴봐도 추종하는 원자재 테마에 따른 수익률 격차도 컸다. 연초 기준 가장 우수한 성과를 기록한 ‘삼성 KODEX콩선물(H) 특별자산상장지수 투자신탁[콩-파생형]’(43.57%),‘미래에셋 TIGER농산물선물 특별자산 상장지수 투자신탁[농산물-파생형](26.21%),‘우리 애그리컬쳐 인덱스플러스 특별자산 투자신탁[농산물-파생형]’( 21.34% ) 등 농산물을 추종하는 원자재 펀드는 20%를 상회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에 비해 21일 기준일 현재 동기간 원자재 지수를 추종하는 주요 펀드들은 수익률이 -7%~-10%로 마이너스의 늪에서 헤맸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은 8월 들어 유로존 정상회담과 유럽중앙은행(ECB) 회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비롯한 주요 이벤트에 대한 기대감에다 위험자산 선호 현상까지 가세하면서 반등세로 전환하고 있다.
우선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중동 지역 정정에 대한 불안감으로 21일 종가 기준으로 한 달 동안 9.8%나 상승했고 금가격 역시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모처럼 상승세를 타고 있다.
곡물 가격도 미국 가뭄으로 인해 대두, 옥수수, 소맥을 필두로 평균 6~9% 오르면서 여전히 승승장구다.
KDB대우증권 손재현 연구원은 “상품가격은 통상 대외 변수에 대한 민감도가 큰 만큼 9월 중순까지 예정된 주요 이벤트 결과를 지켜봐야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며 “정책적인 수혜로 가장 직접적 영향이 큰 원자재는 금인만큼 하반기엔 금 투자펀드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단기적으론 변동성 주의, 장기적으론 매력적”
펀드 전문가들은 올 들어 갈지(之) 자 행보를 보이고 있는 원자재 펀드가 장기인 관심으로 보면 매력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인 접근을 할 경우 변동성이 불가피한만큼 신중히 접근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최근 방한한 템플턴이머징마켁그룹 마크 모비우스 회장은 “중국, 브라질, 인도 등의 이머징 마켓 국가들이 앞으로 국민소득 증가하면서 그에 따른 소비가 늘어날 상황과 맞물려서 생각하면 매력적”이라고 진단했다. 신흥국 시장 투자 대가로 꼽히는 그는 “실제 금, 백금, 플라티늄 등은 자동차, 전자기기에 필수적인 재료"라며 "따라서 가격이 계속 올라도 수요가 쉽사리 줄지 않는 만큼 장기투자처로 적당하다”고 말했다.
또 각 유형별 원자재의 특성을 파악해 접근하는 것도 좋은 투자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대투증권 서경덕 펀드분석연구원은 “농산물은 공급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 가능성이 남아있고, 원유 역시 미국 원유 재고가 빠르게 감소하는 상황에서 시리아 내전 등 지정학적 위험까지 부각되면서 유가의 상승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이라며 “금의 경우 ECB와 중국이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겠지만 구체적인 부양책이 나오기 전까지 상승 탄력은 다소 제한 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비철금속 역시 구리가 중국 등 글로벌 경기둔화 속에 상대적으로 부진한 가격흐름이 이어지는 등 원자재 특성도 잘 살펴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고공질주 중인 농산물 섹터에 대해선 기상여건이 주된 상승 요인이었던만큼 가뭄 해소시 단기 조정을 주의해야 한다는 당부도 나왔다.
현대증권 PB리서치 손동현 연구원은 “근래 농산물 가격 급등이 수요 요인이 아닌 단기적 상황인 기상 여건에 의해 촉발됐다는 점에서 가뭄 해소시 조정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서 “곡물 가격 상승 자체가 글로벌 유동성을 배경으로 형성됐기 때문에 기후여건 변화시 곡물 가격 변동성도 확대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