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장마로 장대비가 쏟아지던 지난 20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김새론을 만났다. 영화 속 똘망한 그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있었다. ‘연기 잘하는 아역’ 혹은 ‘연기 신동’으로 불리는 소녀다. 온갖 기대를 품고 카페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깡충거리며 뛰어 들어오는 김새론은 영락없는 그 나이 또래 어린이 딱 그 모습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넙죽 인사를 한 뒤 생글거리며 “빨리 끝내주실거죠?”라고 웃는다. 그리고 앞에 놓인 건포도가 송송이 박힌 바게트 빵을 집어 들었다. 일일이 건포도를 골라내며 빵을 맛나게 먹는다. “자 시작해요”라며 눈을 초롱거렸다. 참 당돌하다고 해야 할까. 애늙은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22일 개봉한 영화 ‘이웃사람’으로 화제를 바로 돌렸다. 순간적으로 꼬마 숙녀의 눈빛이 틀려졌다. 돌이 막 지난 시기 잡지모델로 활동을 시작했으니 무려 12년 경력의 베테랑 연기자다. 지금도 영화 얘기가 가장 즐겁다며 기자의 눈에 초점을 맞췄다. ‘무슨 질문이던지 해보세요’란 기세다.
가장 궁금한 1인 2역 선택이다. 성인 연기자에게도 1인 2역은 결코 만만한 역할이 아니다. 김새론이 아무리 연기 잘하는 아역으로 유명하다고 해도 ‘이웃사람’ 속의 여선과 수연 캐릭터는 호락한 역할이 아니었다. 내성적인 여선과 활동적인 수연, 극과 극을 오가는 연기가 요구된다. 하지만 김새론은 “1인 2역은 큰 문제는 없었어요”라며 대수롭지 않았다는 표정이다.
‘한 번 해볼까’란 말에 고개가 갸우뚱 해진다. 이제 겨우 12세다. 아역 배우의 경우 작품 선택의 의사 대부분이 부모님의 발언으로 기울어진다. 소속사의 의견도 크다. 김새론은 “전 아닌데요. 거의 제 의사가 90% 이상이에요”라며 손사래다.
실제 원작 웹툰의 경우 연쇄살인범에 대한 얘기라 내용적인 면에서 수위가 강하다. 영화 역시 비슷하다. 언론 시사회 당시 연쇄살인범 역의 김성균이 선보인 차가운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김새론의 눈에는 한 없이 연약한 삼촌이란다.
얘기를 나눌수록 당돌하면서도 ‘당찬’을 넘어 ‘대찬’ 모습에 혀가 내둘러질 정도였다. 12세의 나이에 이 정도라면, 성인 배우가 된 뒤의 아우라가 어느 정도일까. 솔직히 상상이 잘 안됐다. 꼬마 숙녀가 바라는 미래의 자신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음, 액션 여전사가 꿈이에요. 그거 있잖아요. 누구지 음~, 아 맞다. 안젤리나 졸리요. 영화 ‘솔트’나 ‘툼 레이더’의 주인공 해보고 싶어요. 저 잘어울리겠죠”라며 주먹을 불끈 쥔다.
“당근 아이돌이죠. B1A4 하고 씨엔블루가 최고에요. 아 맞다. 아이유 언니도 끝내줘요. 아이유 언니는 실제 만나봤는데, B1A4랑 씨엔블루는 아직 못봤어요. 이거 기사 나가면 오빠들 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