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 둘러싼 정부 vs 의료계 갈등 감정싸움 비화

입력 2012-08-16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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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건보공단 방만 경영” 감사원 감사 청구 손건익 복지부 차관 “의협 회장 진정성 없다” 직격탄

‘포괄수가제(DRG)’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간의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여기에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 13일 대회원 서신을 통해 “국민의 권리와 건강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막아내야 하는 포괄수가제는 이제 그 2라운드를 치르게 될 것이다”고 선전포고 하면서 팽팽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포괄수가제가 시행된 7월1일 이전부터 불거졌다. 대한의사협회 및 산하 4개 진료과(산부인과, 안과, 외과, 이비인후과) 의사회가 정부의 포괄수가제 강제시행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수술 거부로 맞섰다.

그러나 의협이 지난 6월29일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중재를 받아들여 보건복지부의 포괄수가제 의무적용 방침을 잠정 수용하고, 당초 계획했던 ‘1주일 간 수술거부’를 철회하겠다고 밝히면서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당초 예정대로 7월1일부터 전국 병·의원들에 포괄수가제를 당연 적용하는 방안을 차질 없이 시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된 지 한 달 보름여가 지나고 있지만 양측 간 갈등은 오히려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의협, 건보공단 공익감사 청구

의협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향해 칼끝을 세우면서 양측의 갈등이 재점화 됐다. 일부 건보공단 직원들이 유명 포털사이트 토론방에 의사를 싸잡아 매도하는 글을 게재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면서 의협은 건보공단이 사과하지 않을 경우 글을 게재한 직원의 실명을 거론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의협은 성명 발표와 일간지 광고를 통해 “복지부 산하 준국가기관의 준공무원들이 근무시간에 조직적으로 막말과 저열한 표현을 동원해 의사 직업 전체를 비하하고 명예를 훼손한 것은 비열한 행위”라고 비난한데 이어 급기야 지난달 24일에는 감사원에 건보공단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의협은 “건보공단 일부 직원들의 인터넷 악플 게재 행위와 호화 청사 신축, 상습적 뇌물수수, 도덕적 기강 극도 해이 등 건보공단의 방만한 관리 운영 실태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서를 냈다”고 밝히면서 건보공단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였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측은 “유명 포털사이트의 자유토론방 등에서 공단직원이 포괄수가제를 설명하거나 찬성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의협은 소모적인 비방을 중단하고 조속히 그 대화의 광장으로 나와 제도발전을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고소고발 난무

건보공단과의 본격적인 갈등이 불거지기에 앞선 지난 6월21일 포괄수가제 의무시행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복지부 A과장이 수백 통의 협박성 문자에 시달리다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A과장이 포괄수가제와 관련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의협 회장은 물러나야 한다”고 발언한 것이 화근이었다. 경찰은 협박 문자를 보낸 9명에 대해 조사 중이다.

이에 맞서 전국의사총연합도 A과장에 대해 ‘협박죄 혐의’로 맞고소 했다. 또 김선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소속 위원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감정싸움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김선민 심평원 위원이 “자신을 협박한 의사들을 수사해 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한데 따른 대응이다.

앞서 김 위원은 모 방송사 TV토론 패널로 출연, 입장을 밝히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자료를 왜곡해 거짓 주장을 펼쳤다”는 의혹을 받으며 해당 커뮤니티 회원 등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샀다.

실제 방송이 나간 후 심한 욕설 전화와 함께 커뮤니티 사이트에 그와 관련된 욕설과 모욕적인 내용이 담긴 글이 수차례 게시됐다.

◇복지부 차관 의협회장에 ‘직격탄’

양측의 감정싸움은 손건익 복지부 차관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이와 관련한 입장을 전할 만큼 확대됐다.

손 차관은 지난달 30일 있은 건정심 전체회의 모두 발언에서 “복지부 임채민 장관은 분을 쪼개서 일하는 분인데 의협 회장이 진정성 없이 신문광고나 내면서 장관에게 만나달라고 떼쓰는 저의가 뭐냐”며 의협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손 차관이 의협 회장을 거명하면서 비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함께 노환규 의협 회장이 올 9월까지 의사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포괄수가제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그는 전공의·전문의·교수까지 포함한 모든 취업 의사를 대상으로 전국적인 의사 노조 조직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의사 노조를 통해 의사협회는 근무시간을 지키는 준법투쟁도 벌일 수 있게 된다.

현재 주당 평균 10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는 전공의들이 준법투쟁에 돌입할 경우 진료 공백사태는 불가피해진다. 따라서 의사 노조가 결성되면 포괄수가제 반대 움직임에 앞장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의료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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