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해외 이메일·문의 전화와 씨름
업무량 비해 담당 직원은 턱없이 부족
“글로벌 투자 시대 발맞춰 조직 늘려야”
매일 오전 8시30분 문향미 한국예탁결제원 국제서비스부 대리는 출근하자마자 이메일 확인과 고객 전화 응대부터 시작한다. 시차문제로 밤사이 외국 보관기관들이 이메일로 보낸 100여건의 업무처리 요청이나 정보사항 등을 체크하기 위해서다. 전화도 아침부터 불이 난다. 간밤에 처리하지 못한 채권 결제 건에 속이 타는 증권사의 문의 전화가 빗발치기 때문이다.
보관기관들이 보낸 이메일 중 업무처리 요청은 70% 정도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30%는 시장제도변경이나 조세관련 건 등 정보사항이다. 문 대리는 결제처리와 정보사항을 취합하면 스위프트(SWFT)메시지로 국내 증권사에 바로 보내 정보를 공유한다.
문 대리는 “한번 발송된 스위프트 메시지는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매 순간 긴장의 끈을 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오후 5시까지 서로 이메일을 주고받는데 하루 중 결제처리가 집중되는 오후 4시부터 오후 6시까지가 가장 바쁜 시간이라고 문 대리가 알려줬다. 보통 업무가 끝나는 시간은 오후 7~8시경이다. 최소 일주일에 두번 정도는 밤 늦게 일을 마치는 경우가 많고, 연초에는 계절적 특성상 세금문제로 휴일을 반납하는 경우가 많다.
예탁자들이 문 대리에게 가장 많이 질문하는 사항은 결제관련 민원. 문 대리는 “해외 주식직접투자에서 결제 실패나 결제지연이 발생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해 예탁자들이 답답해한다”며 “상호간 결제지시서 기재 사항이 맞지 않거나 외환(FX)거래 특성상 서로 결제 시간이 맞지 않거나 결제 과정에 여러 기관들이 관여하다보니 결제 실패나 지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 현지의 경우 씨티뱅크, JP모건체이스 등 글로벌 커스터디언(투자자를 대리해 증권을 보관 관리하는 금융기관)이 예탁결제원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커스터디와 로컬 커스터디 등 여러 금융기관이 개입하고 있어 의사소통과 결제프로세스가 복잡하다. 특히 여러 금융기관 개입으로 매매수수료, 결제수수료, 보관수수료, 권리행사수수료 등 비용을 따로 지급해야 해 상당한 투자비용이 지급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업무처리 중 가장 힘든 일은 권리행사 문제라고 국제서비스 직원들은 입을 모았다.
문 대리는 “권리행사나 기일일정정보 등은 자동화가 힘든 영역이어서 수작업으로 업무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 힘든 점이 있다”며 “현재 서비스 제공하고 있는 36개국의 제도와 법률이 달라서 보관관들 정보를 일일이 취합해 투자자들에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렬 국제서비스부 부장은 “조세관련 업무를 처리하는데 애로사항이 많다”며 “나라마다 요구하는 증빙서류가 다르고 국가마다 정환 환급절차에 맞춰 환급신청을 해도 특별한 이유 없이 지연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제서비스부에서 국제결제업무를 처리하는 직원은 6명 정도다. 하루 500여건의 결제처리 업무와 권리행사, 조세관련 업무를 처리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숫자다.
증권사에서 국제결제팀에 근무하는 한 담당자는 “증권사 입장에서 모든 국가 시장을 예탁결제원 세이프(SAFE)시스템 하나를 통해 처리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예탁결제원 인력과 조직을 좀 더 늘려야 할 것 같다”며 “인력 충원으로 증권정보, 권리행사, 조세 등 증권사들이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 부장은 “서비스질 개선을 위해 직원들의 전문성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며 “업무 자동화 확대와 국내 업계의 효율적인 외화증권 투자 여건을 위한 인프라 역할에 충실히 하려고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임호 국제서비스부 국제결제2팀장은 “결제 업무 처리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직원들간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며 “일을 마친 뒤에는 그날그날 발생한 일들에 대해 잠깐이나마 서로 공유하는 시간을 반드시 갖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