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철 신원 회장(사진)의 매서운 눈이 빛나고 있다. IMF 외환위기 당시 그룹 붕괴 위기까지 내몰렸던 지만 특유의 ‘뚝심경영’으로 정면돌파해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한 박 회장이 불황으로 모두가 움츠러들 때 오히려 세계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박 회장은 올해 회사 설립 39주년을 맞아 창립 이래 최초로 이탈리아 명품 잡화 브랜드인 ‘로메오 산타마리아’를 인수했다. 로메오 산타마리아는 1947년 밀라노 비아메데기노(Via Medeghino: 수공예 가죽 제품을 생산하는 지역)에서 ‘산토 산타마리아(Santo Santamaria)’와 ‘모니카 이리스(Monica Iris)’ 부부에 의해 탄생한 65년 전통의 세계 최고급 명품 피혁 브랜드다.
1970년 의류 하청공장으로 스웨터를 만들며 패션사업에 뛰어든 그는 1973년 직물 편직기 7대와 직원 13명으로 신원의 전신 신원통상을 세웠다. 이후 과감한 투자로 만든 베스티벨리, 씨 등 여성복 브랜드가 대박을 터트리며 1994년에는 미국 경제전문 포브스지가 선정 세계 우량 100대 중소기업에 선정되는 등의 쾌거를 올렸다. 1997년 계열사 16개, 해외 계열사 8개 등에서 연간 총매출 2조원을 올리는 알짜배기 패션기업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박 회장에게도 위기는 찾아왔다.
당시 재계 순위 31위였던 신원은 외환위기를 맞아 1억5000만달러가 넘는 외화부채를 안고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신원은 빠른 시간 안에 경영을 정상화했다. 박 회장의 뚝심 경영이 빛을 발한 것이다.
박 회장은 자신의 지분을 모두 내놓고 패션을 제외한 모든 자산을 처분했다. 2500명이던 직원도 700명으로 줄이는 등 뼈아픈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이렇듯 박 회장의 패션 사업에 대한 애정과 뚝심경영은 2003년 워크아웃 조기졸업이라는 기쁨을 안겨줬다.
모두가 안도할 당시에 박 회장의 도전은 시작됐다. 워크아웃 극복 이후 최대 수준의 투자를 통해 이사베이, 세스띠, 반하트 디 알바자 등 토종 브랜드를 론칭했으며 인건비 절감을 위해 2005년 개성공단 1공장을 시작으로 2007년에 잇따라 2, 3공장을 준공하며 수익을 극대화했다. 지난해 신원은 매출 5357억원을 달성하며 토종 패션기업으로 완벽하게 재기에 성공했고 보다 과감한 투자와 공격적인 경영으로 이제 세계 시장으로의 항해를 시작하고 있다.
신원은 산타마리아 인수를 계기로 세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현지법인 S.A.밀라노를 통해 유럽과 미국,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기존 수출국에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며 내년 상반기엔 S.A.밀라노로부터 제품을 수입, 독점판권을 통해 중국에 판매하고 하반기에는 국내에도 선보일 계획이다.
박 회장은 “창립 이후 첫 인수를 통해 세계 명품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해 글로벌 패션유통 기업으로 성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