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성관계 후 먹는 긴급피임제를 일반의약품으로 바뀌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된다. 반면 먹는 사전피임제와 어린이 키미테, 여드름정은 의사 처방을 받아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같은 내용의 의약품 재분류 세부기준을 마련했다고 7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6월 의약품의 안전하고 합리적인 사용 등을 위하여 의약품 재분류를 추진키로 결정한 데 따른 조치다.
식약청은 국내에서 허가된 6879 품목의 의약품에 대한 재분류를 검토한 결과 273개의 일반약을 전문약으로, 212개의 전문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키로 했다.
일반약에서 전문약으로 바뀌는 주요 의약품은 어린이용 스코폴라민 패취제인 ‘어린이 키미테’와 에티닐에스트라디올이 함유 사전피임제, 우루사정 200mg 등이다. 또 장기간 사용에 따른 내성 발현 우려가 있는 클린다마이신 외용액제(여드름 치료제), 역가가 높은 스테로이드 외용제 등도 전문약으로 전환된다.
긴급피임제, 잔탁정 75mg, 무좀치료제 아모롤핀염산염 외용제 등은 전문약에서 일반약으로 전환된다. 국내 사용기간 10년이 경과됐고, 의약선진외국에서도 5년 이상 일반의약품으로 사용경험이 있는 약이다.
사전피임제는 임신을 피하기 위해 장기간(21일 복용, 7일 휴약을 반복) 복용하는 에티닐에스트라디올 복합제다.
국내에는 멜리안정, 미뉴렐정, 마이보라, 머시론정, 에이리스정, 아스메이트20, 트리퀼라, 쎄스콘정, 미니보라30, 야즈정, 야스민정 등 11품목이 있다. 이 중 최근 허가를 받은 야즈정과 야스민정은 처음부터 전문약으로 분류됐으나 이전에 허가된 9개 품목은 일반약이었다.
그동안 사전피임제는 일반의약품으로 사용돼 왔지만 여성 호르몬 수치에 영향을 미치고 혈전증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투여금기 및 신중투여 대상이 넓어 복용 전에 의사와 상담 및 정기적 검진이 권장된다는 게 식약청의 설명이다. 현재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캐나다 등 의약선진외국 8개국에서 모두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다.
긴급피임제는 원치 않은 임신을 피하고 낙태수술을 방지하기 위해 장기간 또는 정기적으로 복용하지 않고 1회 복용하는 의약품이다. 국내에는 노레보정, 노레보원정, 쎄스콘원앤원정, 엠에스필정, 레보노민정, 엔티핌정, 세이프원정, 레보니아정, 레보이나원정, 포스티노-1정, 애프터원정, 엘라원정(기존에도 전문약) 등이 있으며 주요 성분은 레보노르게스트렐이다. 긴급피임제는 의약선진 8개국 중 5개국에서 연령제한 등을 두고 일반약으로 분류하고 있다.
식약청은 피임제의 경우 의약계, 종교계, 여성단체들의 의견이 엇갈림에 따라 청회 개최 등 폭넓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또 청소년 등은 의사의 처방에 의해서만 사용토록 연령을 제한하는 방안 등 관계부처와 함께 긴급피임제의 오·남용 방지대책을 강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번 의약품 재분류(안)은 열람기간(20일)과 의견 제출 기간(10일), 의·약단체, 소비자단체 등 각계 의견 수렴과 중앙약심 자문 등을 거쳐 이르면 7월말 확정된다.